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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젠 떠나자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미서부 종단 여행.

1993년 한국에 살 때 여행사를 통해 미서부 단체관광을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지난 7월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시애틀까지 비행기로 가고 시애틀에서 차를 렌트해 캐나다 밴쿠버에서부터 샌디에이고까지 대략 1300마일을 위에서 아래로 종단했다. (5번과 1번 국도를 따라 내려 옴.)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술대회로 지적인 충만함을 채운 뒤에 떠나며 나는 중얼거린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 내 자신을 위해!”

▷시애틀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따라서

지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1일 오후7시에 출발하는 볼티모어(BWI)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부터 2시간 지연되더니 중간 기착지인 텍사스 달라스에선 시애틀행 마지막 비행기가 떠나 우리에게 다음날 티켓과 호텔 숙박권이 주어졌다. 우리는 불안해 하며 짜증을 냈는데 나머지 승객들은 중간 중간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노트북을 꺼내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조용히 잘 지냈다.

다음날 오전 10시에 시애틀에 도착해 렌터카를 찾으러 갔다. 공항에 갈 때마다 렌터카 안내가 왜 저렇게 중요하게 써있나 했더니 막상 가보니 규모가 무지 컸다. 커다란 건물 안에 수많은 렌터카 회사들과 정비소, 세차장들이 모여 있었다. 차 렌트할 때 딱 하루만 스포츠카를 좀 빌리자고 그렇게 졸랐건만 하루 빌려도 무지무지 비싸다면서 다음에 차 바꿀 때 딜러에 가서 맛보기로 태워준다고 해 내가 평소 운전하는 도요타 코롤라에 GPS를 달고 학술대회 장소인 호텔로 향했다. 벨뷔(BELLEVUE)로 가는 중 사람들 옷차림이 심상치가 않았다. 긴 파카에 스카프에 아니!! 부츠까지. 먼저 온 일행이 얼어 죽는다고 완전 무장해 오라고 알려줘 설마 했는데 장난 아니네.

워싱턴DC는 이상고온으로 100도가 넘었지만 워싱턴주는 이상저온으로 추웠다. 초록빛 에메랄드의 도시 시애틀은 어디에 있는가?

학술대회 등록을 하고 체크인 한 뒤 먼저 온 일행들을 만나니 모두 긴팔 재킷에 운동화까지 신고 캐나다 밴쿠버에 함께 가자고 나타난다.

▷캐나다 밴쿠버

밴쿠버의 발생지인 톰슨거리의 재시 잭의 동상을 보고 개스타운에 있는 증기시계를 보러 갔다. 15분마다 기적소리로 캐나다 국가를 연주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30분이 돼서야 스팀이 삑삑 나오더니 딱 한 소절(약 3초) 하고선 감감무소식. 끝이란다. 모두가 허망하고 기가 막혀서 돌아섰다.

1986년 세계 박람회 때 태평양 위에 세워진 캐나다 플레이스는 범선모양으로 광장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시원하게 아름다웠다. 하루였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대체로 뚱뚱하지 않고 약간 마른 편에 예의는 바르나 친절하지는 않고 건조한 느낌을 받았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찾아서

건축가 샘과 어린 아들 조나, 볼티모어에 사는 신문기자 애니, 톰 행크스, 맥 라이언.

메릴랜드 락빌 도서관에 갔다가 이 영화의 한글 자막이 있는 최신 DVD를 만난 건 행운!!! 영화의 주제가를 10번쯤 들으며 기다리다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갔다.

1962년 세계박람회 장소에 세워진 바늘 모양의 첨탑으로 회전식 전망대가 있어 사방으로 둘러보고 우리는 전망대는 그만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다르게 이름하여 편식여행이니까.

▷유니언호수 근처의 수상마을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민이 아니면 출입금지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가면 섭섭하지!!

위싱턴주립대학을 차안에서 대강 구경하고 나서 (난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차안에 있거나 출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자거나, 먹거나, 음악을 듣는다) 지도를 보고 호수로 갔다.

호수근처로 가니 수상가옥들과 수상아파트와 수상콘도가 쭈욱 늘어서 있다.

앞에는 자동차 주차장이 있고 뒤로는 배수장이 있는데 수질보호가 철저해서 바닥에 있는 돌과 모래가 다 비치도록 물이 맑고 집집마다 꽃들을 그림엽서처럼 예쁘게 가꾸었다. 나중에 들으니 이곳은 집값도 비싸고 특별한 세금도 내야 된다고 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시에서 몇 군데에 맛보기 공원을 500피트쯤 되게 만들어 놓아 그곳에서 즐기도록 해놓았다.

우리는 피터아저씨마켓에서 간식을 사고 작은 해변에서 발도 담그고 일리노이에서 왔다는 가족과 아는 체도 하고 멋진 그림이 있는 타일로 만든 벤치에 누워도 보고 수상가옥 옥상에서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하는 이들에게 꼬르륵 소리를 보내보기도 하며 오후를 보냈다.

이곳 서부는 3시간 시차 때문인지 아침 해도 늦게 나오고 어둑하다 오후가 되면 하늘도 새파랗게 되고 저녁 늦게까지 환한 것 같다.

▷스타벅스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재래시장인 플레이스 마켓입구에 있는 커피의 탄생지 스타벅스 1호점에 들어가니 수수한 옛 모습은 그대로지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기보다는 커피제품과 여기서만 파는 머그 컵이나 기념품들을 파는데 시끄럽고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시끌벅적인 것이 재미있고 흥겨웠다.

나도 얼른 줄을 서서 카페인이 없는 모카커피를 시키고 머그잔도 사고 나와서 입구에 있는 거리 악사들의 흥겨운 랩과 춤과 노래를 즐겼다.

스타벅스는 1971년에 세 사람이 창업한 커피원두 판매점이었다가 1987년에 커피체인점으로 성장되었다고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걸 보니 부럽기도 하고 한국도 뭔가 대표하는 것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1907년에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에는 활기찬 시민의 생활을 느낄 수 있고 신선한 해산물 가게에선 생선던지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야채, 과일, 공예품, 꽃들을 판다. 달콤한 물이 흐르는 커다란 복숭아와 체리를 사들고 시장을 여기저기 다녔다.

남대문 시장과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여기는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 없이 그냥 모두가 1층으로 쭉 이어져 있어 나이 드신 어른들도 편하게 다니는걸 보니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떠올랐다.

문 닫을 때가 되어서 예쁜 꽃다발이 20달러인 게 10달러, 5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

항구를 따라 만들어졌던 도시는 도로가 낮아 비가 많이 오거나 바다가 만조 때가 되면 자주 침수가 되었고 1889년 대화재 이후 도로를 높여 1층이 지하로 되면서 쓰지 않고 잊혀졌다가 1965년부터 관광 산업의하나로 개발 되었는데 지금은 가장 유명한 효자상품이 되고 예약이 필요하며 그냥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파이오니어 광장에는 그때 희생됐던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글이 있고 그 옆의 레스토랑에서 표를 사고 손목에 그룹마다 다른 종이 팔찌를 끼고 얌전히 기다리면 가이드를 따라간다.

지하세계는 모두 다 연결되지는 않고 개방하는 곳만 가이드를 따라서 잠긴 문을 열고 계단으로 내려가서 예전의 이발소, 술집, 우체국 등을 보고 올라오면 다시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는 작업을 진지하게 반복하는 가이드를 보는 게 더 재미있다. 〈다음주에 계속〉

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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