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주인 없는 은행, 주인 있는 은행
염승은/경제부문 기자
개인적으로 이종문 회장은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대어'와도 같았다. 실리콘밸리에 살아 쉽게 만나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기삿거리'가 있었고 폭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 배울 점도 많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 있고 작년에 달라이 라마가 샌프란시스코를 찾았을 때는 사비로 환영 만찬을 열어 주기도 했던 그다. 와인 애호가이자 골동품 수집가이며 국제전략연구소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등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에 대한 소개는 이쯤으로 해두고 이 전 이사장의 사임을 계기로 지배 주주가 있는 기업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전 이사장의 사임이 유난히 주목받는 건 그가 나라 내부에서 확고한 리더로 활동해 온 지배주주이기 때문이다. 한인은행가에서는 나라와 함께 윌셔은행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주주가 이사장으로 있는 케이스이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강력한 리더십과 혜안으로 조직을 이끄는 지배주주가 있다면 그 어느 기업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될 수 있다. 그 반대로 지배주주가 없다면 회사 고위층이 분열돼 싸우는 내분이 잦을 수 있고 특정 사안에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배주주가 있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배주주를 중심에 둔 '그들만의 리그'가 조직 내부에 형성될 수 있고 수백명의 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를 책임져야 하는 기업이 한 개인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 될 소지가 많다. 줄서기와 같은 사내정치가 심해지면 조직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금융회사는 공공기업의 성격이 강해 지배주주를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지배주주에 의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공정하지 못한 경영 개입이 있을 수 있다. 경영진과 이사진이 지배주주 눈치를 보느라 해야 할 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지배주주가 없는 경우도 장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상장기업에서 한 개인이 5% 이상의 지분을 갖는다는 건 그 기업 스스로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투자자는 매매가 있을 때마다 그 내역을 공시하도록 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있다.
제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결국은 제도를 운용하는 개개인의 문제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지배주주에 나가라 할 수도 없고 지배주주를 새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적인 규제나 시스템 보완보다는 기업 스스로의 상황에 맞는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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