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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친절한 '싸움'

신복례/편집부 차장

미국이 지금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총사령관은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이다.

올초 내무장관 보건장관 교육장관 등 정부 고위관료들로 TF팀을 꾸리고 한세대에 걸쳐 아동 비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캠페인 이름은 '렛츠 무브(Let's Move)'. 백악관 텃밭에서 야채를 길러 유기농 건강식을 만들고 축구장 야구장으로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어린이 3명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고 한다. 비만 관련 증상을 치료하는데 드는 돈은 한해에 1500억달러.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비만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웬지 그 싸움이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마약과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 가난과의 전쟁 등 '무엇과의 전쟁'이란 이름을 붙인 그 숱한 싸움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걸 봐왔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은 지난 8월말 미군 4400여명과 이라크인 1만여명 사망 전쟁비용 9000억달러는 성적을 내고 종전을 선언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실패한 전쟁이었다. 범죄와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해에 수백억달러씩 예산을 쏟아붓고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지만 미국의 교도소 수감 인구는 1980년 30만명 이하에서 2009년 230만명으로 늘었다.

질병과의 전쟁 또한 그렇다. 처음엔 박테리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무분별한 항생제의 남용은 결과적으로 사스(SARS) 조류독감 신종플루를 거쳐 이달초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의 출현이라는 경고등을 울리면서 지구촌 사람들을 1년에 한두번씩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왜 '무엇과의 전쟁'이란 이름을 붙인 싸움들은 이제껏 실패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을까.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 싸움의 속성상 어느 누가 승리할지라도 패자가 승복하지 않는 한 새로운 싸움은 이미 준비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은 언제나 또다른 싸움 그리고 더 크고 모진 싸움을 불러왔다.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례가 있다. 바로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조국 베네수엘라에서 행해진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 프로젝트다. 폭력과 마약에 젖어살던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총대신 악기를 쥐어주기 시작한지 30여년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미래를 꿈꾸게 됐고 함께 하는 기쁨과 협동심을 배웠다. 엘 시스테마에 참여한 청소년이 30만명 범죄율은 30년동안 60% 가까이 떨어졌다.

살을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톡 까놓고 말해 굶는거다. 매일 하루 한끼만 굶어도 살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어진다.

세끼 모두 그것도 유기농 건강식으로 챙겨 먹고 아무리 굴려도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를 돌리며 살을 빼려 애쓰는 것 보다는 차라리 한끼 먹지않고 아낀 그 밥값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보내주면 어떨까. 살빠져서 좋고 사람 생명 살릴 수 있어 좋고 좋은 일 하니 행복감 맛볼 수 있어 좋고 지구촌을 더불어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으니 일석4조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타계한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죽기 직전 인터뷰에서 "우리가 평생 지켜나가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친철'이라고 답했다. 평생 투철한 실천가로 살았던 그가 생애 말미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가치는 정의도 평등도 자유도 아닌 친절함이었다. 나의 형이나 누나 동생에게 관심을 갖듯 타인과 세상에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마음을 내는 것 내가 상대보다 많이 가졌다면 상대에게 베풀어줄 수있는 관대함을 갖는 것 그 친절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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