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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96) 정진경

인간 내면의 ‘순응’‘저항’ 동시에 그린다

작가 정진경씨는 1980년 대구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으로 와 살다 다시 9살 때 한국으로 돌아가 성장했다. 경남대를 나와 일본 나고야대학교 예술대에서 1년을 공부했고 2000년대 중반 미국으로 유학 와 프랫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는 브루클린에 살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대학원 다닐 때와 졸업한 직후 인체와 자연, 기계문명 등을 소재로 한 개념미술 작품을 추구했다. 이 당시 그녀는 얼굴 등 인체와 기계를 접합시키는 등 다양한 주제로 설치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인간 내면의식의 양극성 또는 이중성을 깊이 있게 추구하면서 이를 시각언어로 구현하는 대단히 심도 깊은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정씨가 현재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정진경’이라는 몸을 통해 ‘진(Jin)’과 ‘나니(Nani)’라는 다른 캐릭터를 빌어 어떠한 주제에 대해 두가지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고 있다. 정씨는 이러한 두 개의 캐릭터를 갖고 30세 여류작가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인간 내면의식 심연을 끄집어 낸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두 개의 캐릭터를 통해 어는 누구도 쉽게 미술적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을 내공으로 펼쳐내고 있다. 그의 작품들에는 사회적인 인물이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진’과 반사회적 인물이며 충동적이고 육감적이고 본능적인 인물인 ‘나니’가 함께 있다. ‘진’은 아버지가 볼에 뽀뽀하는 것까지 허용하지만, ‘나니’는 ‘왜 사랑하는 아버지와 성관계를 갖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나는 작품 속에 이들 둘이 서로 충돌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렇게 다른 두 관점의 충돌은 작품을 통해서 관찰자의 위치한 나(정진경)와 관객들에게 ‘아 그러네 언제부터 우리가 이런 규칙을 가지고 있었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진’이 지배하는 작품은 화랑 속에 고이 놓이지만, ‘나니’가 지배하는 작품은 화랑의 전시공간을 그녀 맘대로 재창조합니다. ‘진’ 입장에서는 파괴이며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행동입니다. 나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간이 따르는 사회규범과 의식 그리고 그기서 해방과 궁극적 자유를 지향합니다.”

정씨는 이러한 예술적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불교 등 동양의 지혜를 빌어 몸이 갖고 있는 제한성, 인간 생명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아니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해방과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식의 한 표본을 보여주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나의 죄를 씻다(금강아미타경)’ 시리즈 작품에서 정씨는 자신의 몸에 불교의 핵심 경전 중 하나인 금강아미타경을 쓴 뒤에 이를 물로 씻어내는 퍼포먼스를 한다. 정씨는 이를 통해 “몸에 죄의 극복과 해탈을 상징하는 불경 문구를 쓴 뒤 이를 씻어내는 행위를 통해 죄를 씻고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죄를 씻고자 하는 ‘진’의 욕구와 자신의 벗은 몸에 글자를 쓰고 이를 씻어내는 ‘나니’의 실행을 통해 대중에게 ‘죄’‘자유’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함께 소통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러한 내면의식을 추구해 강렬한 표현력을 갖는 3차원 조형언어로 표현해 내는 데는 전위무용가 홍신자씨의 영향이 컸다.

“젊은 시절 홍신자씨의 전위무용과 퍼포먼스, 저서 등을 보면서 그녀가 진정한 자유를 추구해 가는 모습과 태도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미술은 내가 느끼고 체험한 것, 생각하고 바라는 것을 다른 어느 형식보다 자신 있게 담아 낼 수 있는 표현형식입니다. 나는 나의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의식, 인간의 생명이 갖는 무한한 자유를 드러내고 전달하고 싶습니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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