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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 '소각 철회 번복' 해프닝, 언론사 과열보도 책임도 한 몫

8일 플로리다주 게인즈빌에서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교회의 테리 존스 목사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예정대로 오는 11일 자신의 교회에서 코란 소각을 강행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가 코란에 총격을 가하거나 코란을 태우는 비디오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통상 그것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 작은 교회 목사의 ‘코란을 소각하겠다’는 돌출행동이 국제적인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상황에서 미국-이슬람 관계위원회(CAIR) 대변인인 이브라힘 후퍼의 언급이다.

후퍼 대변인은 자신들은 코란에 관계된 것을 포함해 항상 도발적인 행동들을 목격한다며 무슬림들은 이같은 행동들에 대해 ‘무시할 것’을 요구하는 소책자 형태의 지침서를 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단지 작은 교회의 일로 그칠 수도 있었던 코란 소각 파문이 지금처럼 확대된 것은 9·11테러 9주년을 앞두고 ‘그라운드 제로’ 인근 이슬람사원(모스크) 건립 논란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이번 파문의 주인공인 테리 존스 목사에 대한 보도 경쟁을 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폴리티코가 9일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존스 목사 외에 다른 것들을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도 최근 직원들에게 지침을 하달해 “보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건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코란 소각에 대해 상세히 알리는 기사나 사진을 배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사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플로리다의 교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가 이슬람 혐오증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이 교회 목사의 딸(10)이 ‘이슬람은 악마’라는 글귀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등교해 논란을 빚었고, 신도들이 단체로 이 같은 반이슬람 티셔츠를 입으면서 현지 언론에 등장한 일도 있다.

그러나 전과 달리 이번에는 문제가 훨씬 커졌다. 9.11 테러를 앞두고 그라운드 제로 인근 모스크 건립 문제로 확산된 반 이슬람 정서 때문에 존스 목사의 행동은 언론에 기삿거리가 됐다.

특히 존스 목사의 계획이 알려진 지 수일 만에 A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인이나 정부 당국, 단체들이 잇따라 나서 공개적으로 존스 목사를 뜯어말리면서 더 이목이 쏠렸고, 언론은 덩달아 계속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면서 각계에서는 사건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 아라비아의 히샴 멜헴 지국장은 “누군가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코란 소각 장면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질 것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코란 소각 장면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며 책임 있는 언론이 할 일은 이 상황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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