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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섬&나이아가라 투어 후기, 싱그러운 여로…'신의 정원' 1800개의 섬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짐을 꾸릴 때는 어린아이가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이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거기에 상당하는 대가를 치르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아쉬움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아직 여명이 남아있는 새벽, 출발지를 찾아가는 마음은 벌써 새로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엘리콧 시티 롯데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가히 대륙을 횡단하는 버스답게 육중한 모양새지만 날렵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한 모습에서 믿음직스러움과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의 인원 점검이 끝나자 우리의 목적지인 천섬과 나이아가라를 향해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이드와 드라이버를 합해 51명이 동행하는 여행.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행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알게 되겠지만 여행의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버스가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진한 초록빛이 펼쳐진다. 초록빛이 가득한 대지를 뚫고 달리는 버스. 점점 속도를 낼수록 길가의 풍경들은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되어 머릿속을 씻어낸다. 일상의 권태로움과 나른해졌던 것들이 저 멀리 가물거리는 지평선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안녕! 내 영혼 속에 정체되어 나를 어둡게 했던 것들과 유효기간이 끝나버린 사색의 편린들이여! 안녕! 내 능력 밖의 사안들로 나를 힘들고 아쉽게 했던 것들이여! 안녕! 안녕!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 나날이 새로워져서 싱그럽게 살아보자고 옛사람들도 경구로 써온 말이지만 새로워지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대자연이 품어내는 초록의 빛깔, 호연지기를 맛보며 어린 동심이 되어 하늘의 흰 구름에 뛰어 오르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이라면 벌써 여행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 아닐까….

북쪽으로 두어 시간을 달렸는데 날씨는 시원한 가을 날씨로 변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두 시간 거리의 시원함, 그만한 자연 환경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니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쾌청한 날씨에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여행사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 시간은 또 다른 행복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 각각 다른 모양으로 떠 있는 구름들은 새로운 세계에 와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지만 갑자기 강한 파도의 모습으로 변한 구름들은 마치 반 고호의 강한 터치로 그려진 그림 같았다.

낮게 뜬 구름들 밑에 푸른 나무들이 가까이 있다가 시야를 열어주면 산 능선들이 멀리서 가물거리기도 하고 버스가 아팔라치아 높은 산맥을 달릴 때는 평화로운 숲과 마을들이 저 아래 한 폭의 수채화로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황혼이 지는 시간, 멀리 황혼이 붉게 타오르는 시간엔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머리 속을 스쳐가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가는 나그네인데도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지 않는가. 집착과 집념,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 그 부질없는 굴레…. 결국엔 나의 다르마(업보)가 될 그 허상들….

나그네/강나루 건너/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타오르는 저녁노을
구름에 달 가듯/가는 나그네

이미 태어났으니 그 길은 벗어날 수 없는 외줄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저녁이면 술이 익어가고 있는 마을에 들어 한 잔 걸칠 수가 있으니….

갑자기 박목월 시인이 나타나 동행을 하자고 한다. 이렇게 푸르른 초원을 어찌 내 아니 갈 수 있겠는가! 하면서 금방 마신 탁배기가 입가에 묻어있는 것을 닦으며 따라 나서는 시인.

바로 뒤에는 천상병 시인도 나타나 함께 가자고 한다. 그 파행의 걸음걸이로….

굳이 청록파 시인이 아니라하더라도 동행이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시인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시심을 가지고 이 아름다운 대자연에 취하면 시인이 되는 것이지…. 모두 시인이 되어 청록의 계절을 찬미하는 시인이 되어보자꾸나….

아! 싱그러운 8월의 여로라니!!

아! 8월이 이렇게 싱그러울 수도 있단 말인가.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짜증만 내지 말고 한 번 나서 볼일이다. 2시간만 달리면 이렇게 시원한 세계가 있는데 떠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까. 한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 사회의 기초 단위인 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으로 이 세상이 행복해지는 시작이 아닌가.

천개의 섬, 말만 들어도 신비로움이 넘치고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는 천개의 섬이 아니라 1800여개의 섬이라고 한다. 이곳 원주민들은 신의 정원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인디언들의 상상력이 훨씬 풍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라면 신화나 전설이 있음직한데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인트로렌스 강에 떠 있는 천개의 섬, 그 천개의 섬마다 다 주인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마다 제 취향대로 집을 지었다. 원주민들의 말대로 신의 정원으로서 신선들이나 선녀들이 살았을 법한 섬들. 섬과 섬 사이에서 출렁이는 물결과 제 각각 다른 모습의 얼굴을 한 천섬. 유람선을 타고 천섬들의 사이를 돌아보는 시간, 인생을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순간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신들도 질투를 할 것 같은 시간이다.

어느 섬에서든 편안하게 며칠 묵어가라고 잡는 친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일…. 돈을 내고라도 며칠 쉬어간다면 세속에서 찌든 모든 것들이 씻겨질 것 같다. 중세풍으로 지은 건물, 또는 유럽의 어느 작은 성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건물, 갖가지 모습의 건물들이 있는 천 섬은 갑부들이 여름이면 쉬러 오는 휴양지.

하트 섬에 지어진 볼트 성은 슬픈 사랑의 사연이 전설처럼 사람들 사이에 옮겨지지만 그 이야기는 실제로 한 남자가 한 여인을 사랑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로 주려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지만 그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 사랑하던 아내가 죽어 건물을 짓던 300여명의 일꾼들은 일손을 놓고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볼트 성.

사랑했던 아내에게 선물하려 했던 집은 한참 세월이 흐른 후 완성되어 슬프게 끝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영혼이 세인트로렌스 강 파도가 되어 출렁이다 지치면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사랑을 할 때는 망설이지 말라고….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볼트 성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인생에 대하여 더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글·사진 제공= 김낙영 시인
정리=장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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