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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두드린답니다, 문학부터 마이클 잭슨까지요

2010 샛별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조이 로
"음악도 결국 사람 사는 얘기"
데뷔 앨범 '시적 영상' 내놔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조이 로(29). 미국 스미스 칼리지의 초청 아티스트 겸 강사다. 스미스 칼리지는 ‘세븐 시스터스’ 중의 하나. 세븐 시스터스는 미국 동부의 명문 여대 7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가 이 대학에 임용된 것은 지난해 가을. 학교 교수진 중 최연소였다. 자부심이 넘칠 만하다. 그럼에도 “교수인 동시에 학생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해요”라며 겸손해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학생까지 가르쳐야 하는 입장을 생각해 나름 세운 원칙이다.

엘리자베스 로는 한인 2세다. 시카고에서 성장했다. 2004년 명문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했다. 2007년에는 줄리어드가 졸업생 중 한 명의 피아니스트에게 주는 윌리엄 페첵 상을 받았다. 사실 좋은 학교를 나온 연주자는 많다. 잘 치는 피아니스트도 넘쳐난다. 그런데 스미스 칼리지는 이 젊은 피아니스트를 왜 선택했을까. 피아노 실력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대한 그의 폭넓은 관심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바탕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인터뷰 첫마디부터 예상을 뛰어넘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는 사회와 사람들입니다. 특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음악과 문학에 관심이 큽니다. 음악도 결국 사람 사는 얘기가 아닌가요.”

실제로 그는 줄리어드 졸업 당시 독일 문호 토마스 만과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영국 소설가 에드워드 포스터에 대한 논문을 써냈다. 비교문학을 전공한 모양새다. 줄리어드에서는 논문이 필수가 아닌데도 말이다. 매년 줄리어드 졸업생 1000여 명 중 논문을 쓰는 이는 4~5명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가 굳이 무거운 주제의 논문을 쓸 이유가 있었을까. 대답이 간단하다. “무엇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란다. 우문현답이다.



“세 명의 소설가들이 각각 자기 작품에서 어떻게 음악을 사용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예컨대 토마스 만은 작곡가를 등장시켜 매우 지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풀어냈죠. 반면 프루스트는 문체 자체가 음악적이었고요. 포스터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의 구조를 모티브로 작품을 썼어요.”

설명이 구체적이다. 그가 연구한 작가 셋은 모두 1870년대 태생이다. “예술의 모든 장르가 지금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세기 말의 불안함이 인간성에 대한 관심으로 귀결됐던 시대였습니다.”

엘리자베스 로가 데뷔 앨범 ‘시적 영상’을 최근 내놓았다. 라흐마니노프와 라벨을 주로 골랐다. 그들 또한 1870년대 생,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연결한 작곡가들이다. 그의 문학적 관심사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라벨의 ‘라 발스(왈츠)’를 보면 당시 시대상을 돌아볼 수 있어요. 라벨은 오스트리아 빈의 우아한 왈츠에 경의를 우선 표현했죠. 그러나 뒤로 갈수록 타락한 사회를 그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왈츠는 해체되고 무너지죠.”

그는 이처럼 음악을 분석해 직접 프로그램 노트를 쓴다. 역사적 사실과 감성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해설을 음악회 책자와 음반 해설에 싣는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명제가 쉽게 와 닿는다.

엘리자베스 로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스타다. 줄리어드 음대 친구인 그렉 앤더슨과 ‘앤더슨 앤 로 피아노 듀오’로 활동하며 발랄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다. 조회수가 수백 만에 이른다. 선곡도 다양해 정통 클래식 작품부터 팝스타 마이클 잭슨까지 연주한다.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하겠다는 뜻이다.

“마이클 잭슨도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요.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예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19세기 말 작곡가들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피아노의 영역을 예술 전방위로 확장해가는 그의 앞길을 지켜볼 일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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