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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경전 읽으며 헝클어진 마음 가다듬어야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가마니를 많이 짰다. 주로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애고 어른이고 다들 이 일에 매달려 온 동네가 쿵덕쿵덕 바디질 소리였다. 가마니는 집에서 쓰기도 하지만 농협에 납품하여 얼마간의 귀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면 제대로 짜서 가마니 한 귀퉁이에 종지만한 푸른 도장을 받아야 했다.

웬만한 꼬맹이들도 날새끼를 꼬거나 짚단을 축이고 나르는 등 일을 거들었다. 짚가리에서 짚단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정말 손이 많이 갔다. 나무로 만든 가마니틀을 비롯하여 이젠 이름도 가물가물한 몇 가지의 연장이 쓰였지만 전기든 뭐든 쓰지 않고 순전히 사람 힘만 가지고 했다.

그 때만 해도 벌써 전통적인 베짜기는 한물이 가서 삼베든 무명이든 집에서 짜는 일은 드물었다.

반질반질 손길이 났던 나무 베틀의 부품들은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헛간에 처박혀 먼지를 쓰고 있었다. 미국 농가에 버려져 삭아 가고 있는 옛날 마차나 나무바퀴들처럼. 그런데 이런 물건들이 천대를 받아 시나브로 다 흩어져 없어지고 몇 해가 지나자 이번엔 장사꾼들이 몰려와 돈 주고 사겠다고 야단이었다. 아마 이젠 가마니틀도 없어진 지 오래일 것이다.



가마니나 삼베 바구니나 멍석도 마찬가지지만 무릇 천을 짜는 기본은 세로로 드리운 날줄들 사이를 엇갈라 가로줄인 씨줄을 엮어 치는 것이다. 현대화 된 공장에서도 베 짜는 원리는 꼭 같다.

날줄이 한 가닥이라도 끊어지거나 꼬이면 기계를 멈추고 다시 잇거나 바로잡아야 한다. 이 날줄이 한문으로는 경선이고 씨줄이 위선이다. 그리고 이 경선과 위선이 헝클어지듯 무슨 일이 꼬이면 경위를 잘 살펴서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도상에도 경도와 위도가 있어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옛날 지도처럼 땅모양만 대충 비슷하게 그린 것도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엉터리에 기대어 가령 점보제트기를 몰거나 현대전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에도 날줄과 씨줄이 있다. 내 마음속 날줄이 헝클어지면 안 된다. 제대로 고루 내리뻗은 가지런한 정신의 날줄들 사이로 여러 가지 건강한 생활의 재료가 씨줄처럼 가로 먹혀져야 날마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삶의 피륙이 짜인다.

무엇이 이러한 내 마음의 날줄 즉 경선이 될 것인가? 바로 수트라요 경이요 경전들이다. 부처님의 진리를 받아 적은 불경인 것이다.

불경에는 크게 세 무더기가 있다. 부처님의 진리를 구슬처럼 내리 꿴 경장 교단의 규칙을 다룬 율장 그리고 경과 율을 논한 논장이다. 이 셋이 삼장이며 삼장을 다 모아 놓은 것이 대장경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평생을 바치더라도 대장경을 몽땅 읽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 한인 불자들에게 친숙한 경전으로는 천수경 반야심경 금강경이 있다. 그 밖에 법화경과 화엄경이 대표적인 대승 경전이지만 다 읽기는 또한 벅찰 것이다. 그것뿐인가? 근본 불교 쪽으로는 아함경도 있고 법구경도 있다. 물론 다들 경장에 속한다.

불경은 과연 숲과 같이 많다. 이 숲의 모든 나무를 다 오를 수는 없다. 인연이 있어 와 닿는 쉬운 경전 마음에 드는 구절만 골라 읽어도 우선은 별 상관이 없다. 단 한 줄의 말씀 단 한 마디의 구절일지라라도 헝클어진 내 마음의 날줄들을 찬찬히 빗어 내리는 얼레빗이 되면 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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