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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7] 웹스터상, '큰 머리' 정치인 웹스터 업적 기려

상원의원·국무장관 역임…연방제 지켜낸 명연설 남겨

센트럴파크 내 베데스타 테라스 서쪽으로 조금만 발길을 내딛으면 대니얼 웹스터의 동상 <사진> 이 있다. 웹스터사전을 만든 그 웹스터가 아니고, 미 의회 연방상원의원·국무장관을 역임한 정치가 대니얼 웹스터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이던 미국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썩은 심장의 웹스터’라고 극히 싫어했다지만, 미국 초기 역사에서 웹스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중 웅변가였다. 특히 연방제 논쟁에서 연방을 지켜내는데 명연설을 남겼다. 그의 심오한 사상이 뿜어낸 멋진 웅변은 링컨 대통령까지 영향을 미친 미국 역사의 큰 위인이다.

‘더 몰’의 동상군에 함께 서기엔 크기가 커서 이 곳으로 옮겨진 웹스터상은 사실 센트럴파크 내 수많은 동상 중 가장 인상이 나쁘다. 음험한 얼굴 표현과 커다란 머리, 상대적으로 땅딸막한 신체 비율이라니, 자신들의 역사 구석구석을 영웅화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어쩌다 이런 것인지 볼 때마다 늘 의아스러웠다.

조각가 토마스 볼은 소년 시절부터 웹스터의 열혈 팬이었다. 원래 화가였던 그는 스스로 웹스터의 흉상을 만들고, 혼자 불만족스러워하며 작품을 파괴하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흉상을 완성했던 1852년 웹스터가 사망했다. 이에 즉각적인 추모 열기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조각가가 소장하고 있던 흉상을 복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힘을 얻은 조각가는 70cm 정도의 조그마한 전신 동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작품 공개 첫날, 발빠른 아트딜러가 이 전신상의 권리를 샀다. 그렇게 이 동상은 미국에서 최초로 디자인 특허까지 내고 주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전국적으로 팔려나간 청동상이 되었다. 이런 대중적 인기작의 한 복제품을 20년 동안 소유하고 있던 사람이 조각가에게 웅장한 크기로 다시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것이 현재 센트럴파크에 있는 이 대니얼 웹스터 상이다.

대니얼 웹스터는 이렇게 달마대사의 현신 같은 부리부리한 얼굴에다 사실 당대에도 칭송받던 대두이시다. 대두를 칭송하다니. 동양인에게 드문 조막만한 두상은, 오밀조밀해서 화장도 잘 받고 팔등신 신체비율로 보이는 일등공신인지라, 대개 우리는 머리 작은 걸 매우 부러워한다.

하지만 원래 조그만 두상을 가진 서양인은 머리 크기에 별로 신경 안 쓴다. 심지어 머리 작다는 칭찬을 ‘네 외모는 부자연스러워’‘혹은 멍청해 보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니, 머리 크기나 신체 비율에 대한 열망은 문화권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19세기의 미국 사람들 역시 대니얼 웹스터의 큰 머리야말로 그의 장대한 지식과 웅변의 힘이 뿜어져 나오는 원천으로 여겼다. 이에 당대의 언론인 올리버 다이어는 “웹스터의 큰 머리는 경이롭고…참으로 멋진 모습이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사실 영화와 텔레비전 시대가 오고 나서야, 조그만 화면에 차지 않는 작은 얼굴을 선호하기 시작했지 싶다. 그 이전에 수많은 청중 앞에 직접 얼굴을 드러내던 연극과 웅변의 시대에는, 그 눈빛과 입 모양 하나하나가 멀리서도 잘 인식되는 큰 얼굴 쪽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이에 위인의 동상은 원래 그분의 삶에서 대중들이 가장 존경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법이다. 그렇게 그의 가뜩이나 큰 머리가, 이 동상에서는 더욱 크게 강조되었다. 그 덕에 대니얼 웹스터는 실제는 매우 큰 체격이었지만 매우 단신처럼 느껴지고, 아래쪽에서 올려다봐도 원근법이 그 큰머리 포스 때문에 주변에서 쫄아붙은 것 같다.

☞안나 김은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LG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한길아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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