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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사오정 시리즈가 생각나는 계절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

한 시대를 풍미하는 해학적인 이야기 시리즈에는 동시대의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이 담겨있다. 그 실망과 기대가 해학과 풍자로 나타나 국민들을 웃게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오정 시리즈 역시 국민의 기대와 좌절이 담겨있고 그 좌절을 풍자와 희망으로 풀어내고 있다.

필자는 사오정 시리즈의 등장배경에 2007년의 한보 청문회가 있었다고 생각해본다. 한보 청문회에 깊은 실망이 넘칠때 사오정 시리즈가 그 실망을 담아내었다고 본다. 애매한 것은 답변을 회피하고 틈만 나면 문맥과 질문의 의도는 무시한 채 자기 해명과 입장만 떠벌이는 모습만 실컷 보았다.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듣고 모든 것을 자기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야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사오정 이야기에 열광하고 웃은 것은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사오정 시리즈에는 허탈하게 웃음으로 고개를 떨구던 국민들의 냉소와 실망이 담겨있었다.

최근 또다른 청문회 정국을 보며 다시금 사오정 시리즈가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듣고 싶은 말이 없는 사람들 해명할 것은 많은데 귀기울일 것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들어주면 좋을텐데 큰 소리도 작게 듣는 사오정들이 너무 많다. 성인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잘 감당할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야 된다고 강변하는 소리는 참으로 어지럽다. 능력이 있기에 도덕성은 더욱 중요하다. 무능한 도덕성 보다 부패한 엘리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한 일이다. 최근 미국 최고의 실적을 올린 CEO들이 도덕성문제로 자리를 물러나는 일을 보면서 정말 능력이 최우선인지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의 정치 이야기이기만 할까 싶다. 어쩌면 세상이 기독교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오직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오만한 기독교에 느끼는 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친절한 금자씨가 "너나 잘하세요" 하는 말속에는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다는 혐오감이 담긴 듯하다. 하지만 더 가슴아픈 것은 사람들도 아니라 하나님마저 기독교를 사오정처럼 여기시는 것은 아닐지. 열심히 힘을 다해 요구하는 것은 많은데 도무지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오절같아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은 입은 없고 귀만 가진 존재로 여기는 것같다.



오늘 기독교 영성에 필요한 것은 폭발적인 입술의 영성이 아니라 잠잠히 듣는 귀의 영성이라 믿는다. 정치나 교회나 듣지 않으면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들으시는 분이셨고 들으시는 분이시게에 말씀하시는 분이셨다. 말 잘하는 목사와 교회보다 잠잠히 하나님의 뜻을 아는 기독교를 하나님은 더욱 원하신다 생각해본다. 사오정이 유난히 많이 생각나는 지금의 계절에 다시금 열린 입술보다 열린 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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