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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박사 원응식의 건강백과-44] 소와 인간 (1)

소를 신성시하며 신이라고 하는 나라는 지구촌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 가면 소가 큰 대로에 나와 서성거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길거리에 소가 나오면 모든 차들은 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소가 우선이고 인간이나 차량은 뒷전이다. 소를 신성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소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종교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인도의 소에 대한 우상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도인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치즈나 우유는 즐겨 먹는다. 인도의 소들은 철저한 관리나 사육에는 제외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거의 바짝 마르고 뼈에 가죽만 걸친 모습들이다. 소들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을거리를 찾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소를 신성시하고 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걸맞는 봉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아주 오래전 시골 친척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모님이 누렁이(소)를 데리고 개천가에 가서 버드나무에 줄을 길게 늘어뜨려 매어 놓은 것을 본적이 있다. 암소를 누렁이라고 부르며 개천에서 물도 마시고 풀도 뜯게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소의 눈망울을 보며 느꼈던 선하고 순한 기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때가 되면 주인과 같이 농사일도 열심히 돕는다.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일을 해도 불평하거나 주인의 말을 거스르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주인을 알아보고 말을 알아듣는 착한 동물이 우리가 기억하는 소다. 옛날 시골 농촌에서는 소가 차지하는 경제적 가치가 대단했다. 트렉터나 경운기가 없던 시기에는 소에 대한 믿음과 기대, 사랑이 지극했다. 소가 새끼를 분만하면 큰 경사라며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동네 사람들은 소가 좋아하는 신선한 풀을 갖고 와 축하해주기도 했다.

송아지가 태어나 2~3주 정도 되면 음메-, 음메-하며 엄마소를 졸졸 따라다닌다. 엄마소의 송아지에 대한 보살핌을 잘 보면 인간들이 어린아이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이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다. 엄마소도 아침이면 송아지의 얼굴과 배, 등어리 등을 혀로 닦아 깨끗하게 해준다. 송아지가 엄마소를 따라 다니는 모습, 인간들이 부르는 ‘엄마’가 먼저인지 송아지가 부르는 ‘음메’가 먼저인지 내 생각엔 송아지가 먼저인 것 같다. ‘엄마’란 말은 송아지에서 따온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하루의 농사일을 도운 소는 해가 질 무렵이면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소의 고삐를 잡지 않아도 스스로 집에 잘 찾아간다. 소가 외양간에 돌아오면 송아지부터 챙긴다. 송아지 몸 구석구석을 닦아준다. 그후 주인이 주는 저녁식사를 한 다음 엄마소는 마른 자리를 골라 송아지를 편히 쉬게 만든다. 만약 주인이 돈이 필요하다고 송아지를 내다 팔면 엄마소의 울부짖음은 처절하다. 며칠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병이 나기도 한다. 고통이 꽤나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정겨운 풍경을 기억하며 고향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농촌에도 트랙터와 경운기가 보급되면서 소가 일할 수 있는 터전은 거의 줄었다. 소도 닭이나 돼지처럼 기업형 사육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 미국에서는 다수의 기업들이 소 사육을 하고 있다. 엄청나게 큰 대지와 우리, 넓은 초원에서 소를 방목해 수십만 마리씩 사육하는 목장들이 많이 있다. (다음에 계속) ▷문의: 703-915-6114(원산버섯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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