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여객기-보잉 787 '드림라이너' 제작 현장을 가다 <상>] 탄소복합섬유로 만들어…용접이 필요없다
알루미늄보다 25%이상 가벼워…한번 주유로 지구 반바퀴 운항
전세계 56개사 862대 선주문…대한항공 2012년 초 넘겨받아
에버렛은 시애틀 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다. 여기가 '꿈의 여객기(드림라이너)'라 불리는 보잉 787를 비롯 777.747 등이 한 건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다.
787 커뮤니케이션팀의 메리 헨슨 대변인은 "공장 안에 들어가는 문 하나가 미식 축구경기장 크기만 한데 이 건물에만 6개나 달려있다"며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보잉 공장 외부에는 거의 제작이 완료된 다양한 여객기들이 주차(?)돼 있었다.
공장 바로 옆에는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비행기로 알려진 보잉 747 LCF(Large Cargo Freighter) 즉 '드림리프터(DreamLifter)'가 대기하고 있었다. 윙팁(wing tip)을 만드는 대한항공을 포함 전 세계 각지에서 만든 비행기 부품을 조달하는 초대형 화물기다.
지하로 내려가 다시 엘레베이트를 타고 공장 전체가 보이는 전망대로 향했다. 이 건물의 높이는 12층 규모 면적은 2000에이커에 달한다. 한 라인에서 비행기 4대씩이 조립되고 있었다.
맨 앞 줄에 'ANA'라는 브랜드를 꼬리에 부착한 비행기가 눈에 띄었다. 전일본공수항공(ANA)이 주문한 787기였다. 787기를 가장 먼저 주문한 ANA가 주문한 총 대수는 50대. ANA가 비행기를 넘겨받는 시점은 원래는 올해 4분기로 예정됐으나 공정이 지연되면서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2005년 10대를 주문한 대한항공은 2012년 초에 787기를 넘겨받을 전망이다.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현장으로 이동했다. 안내를 맡은 보잉사 787-8 커뮤니케이션의 팀 베이더는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787 제작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용접 공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옆 라인에 있는 777라인만 해도 용접 불꽃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787은 복합탄소섬유로 만들어져 용접 자체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팀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잉787은 1500장 이상의 대형 알루미늄 판을 리벳(막대모양 못)으로 이어붙이는 기존 항공기와 동체 제작 방식이 달라요. 동체의 소재가 탄소복합섬유인데 먼저 비행기 틀을 만든 뒤 도자기를 굽듯 거대한 가마에 굽는 방식이죠. 이음매가 없고 동체나 리벳의 부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동체는 기존 알루미늄 동체보다 4분의 1 이상 가벼워 한번 주유로 지구 반 바퀴인 1만6000㎞까지 운항할 수 있다.
기존 항공기에 비해 연료 효율도 20% 이상 좋고 평균 속도도 마하 0.85로 15% 이상 빠르다.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당 가격이 평균 1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787기는 세계 각국에 부품 조달 주문을 낸 뒤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10개월이 걸린다.
에버렛 공장은 쉴새없이 움직였다. 24시간 3교대로 운영된다고 했다. 바로 보잉 787기 인기 덕분이다. 최근 경기 침체 때 종업원 1만명을 해고하고 하루 2교대로 일하던 때와 비교해 보면 활력이 넘친다고 했다.
"지금 주문을 넣으면 9년 후인 2019년에나 납품받을 수 있죠"라는 보잉관계자의 말에서 당분간 불황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787드림라이너는
길이 57m 높이 17m에 승객 242명을 태울 수 있는 차세대 중형 여객기다. 채광 조절 창과 공기를 맑게 하는 에어 필터 LED 조명을 설치했다. 승객들의 안락한 여행을 키워드로 내세워 내부를 섬세하게 디자인한 게 강점이다. 기류의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설계해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요동치는 현상도 줄였다. 제너럴일렉트로닉과 롤스로이스사가 개발한 차세대 엔진을 바꿔 탑재할 수 있고 탄소복합섬유 사용으로 동급의 여객기에 비해 연료 소비가 20%나 적게 든다.
시애틀=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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