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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 파티' 현장 가보니] 현란한 의상에 장신구…집단 최면 걸린듯한 춤판

스포츠 아레나 '러브페스티발'
1인당 입장료 80달러선 '황금알낳는거위'

21일 LA다운타운에 위치한 1만5000석 규모의 실내 체육관인 '스포츠 아레나'.

이날 스포츠 아레나에선 오후 4시부터 올해로 18번째를 맞는 대규모 레이브 파티인 '러브 페스티발'이 열렸다. 물론 음성적인 파티가 아닌 4000명이 넘게 모인 '공식행사'다.

4000명넘는 '공식 행사' 장장10시간 휴식없이 댄스

이 페스티발은 미국 내 최장 시간의 댄스 축제를 모토로 한다. 장장 10시간에 걸쳐 브레이크 없는 댄스 파티가 계속된다.



현란한 의상과 장신구로 치장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복장은 민망할 정도로 간편하다. 비키니 수영복 차림에 속옷이 훤히 드러나는 복장을 한 앳된 얼굴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머리속까지 이 잡듯 몸 수색… 공항 검색대보다 더 까다로워

레이브파티는 입장이 쉽지 않다. 일단 엄격한 신분증 검사부터 시작된다. 이어 '21세 이상(Over 21)'이라고 쓰여진 노란색 띠가 손목에 둘러진다. 다음 검색대에선 남녀가 나뉜다. 몸 수색 때문이다.

검색대에 다다르자 남자 직원이 소지품을 검사한다. 주머니까지 꼼꼼히 뒤진다. 여자들의 경우 묶은 머리 속까지 이잡듯 살핀다. 다음 검색대에선 금속 탐지기가 온 몸을 훑는다. 벗어둔 신발 속과 양말 바닥까지 검사가 이어진다. 수 차례의 검색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공항 검색대 통과보다 까다롭고 어렵다. 스포츠 아레나 건물 외부에도 '엑스터시 사용은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즐비했다.

하지만 일단 파티장 내부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한 여성이 입안에 물고 있던 껌을 뱉어냈다. 이어 껌안에 있던 알약 한 알을 재빨리 입에 넣고 삼키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팔과 머리를 흔든다. 그러면서 볼에 자그마한 태극 문양을 페이스 페인팅한 동양계 여성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들과 뒤섞인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온 몸을 사용해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사이를 LAPD 경관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언의 경고를 보낸다.

갑지기 LAPD경관 2명이 수갑을 채워 한 남성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하지만 주위에선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체포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LAPD 사우스웨스트 경찰서 소속 경관은 "불법 마약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고 되묻는다. 기자신분을 밝히자 경관은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적어도 80%이상은 엑스터시를 복용했을 것"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파티장 내부에도 경관이 배치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레이브 파티와 엑스터시는 뗄레야 뗄 수 없다"라며 "저들이 지치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약의 힘을 빌렸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브 파티에선 8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몰래 숨겨온 엑스터시 복용… 이날 80여명 경찰에 체포

경찰의 감시 속에 파티는 중단없이 계속된다.

반복적인 테크노 음악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력하다. 심장 박동까지 빠르게 만든다. 강렬한 음악에 온 몸을 맡긴 반라의 남녀가 뒤엉켜 미친듯이 춤을 췄다. 비오듯 땀이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춤은 멈춤이 없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불규칙적으로 번쩍이는 형형색색의 조명 때문이다.

움직이는 조명을 초점을 잃은 시선들이 쫓는다. 아예 너른 바닥 한켠에 자리잡고 드러누워 조명만 응시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무아지경이다. 집단 최면에 걸린듯한 사람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몸을 밀착하고 춤추는 사람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장막으로 가려져있다.

약물 과다복용 등 사회문제로

인체에 흡수된 엑스터시는 신경 계통을 자극해 체력을 극대화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작용한다. 특정 공간에서 집단으로 엑스터시를 복용할 경우 특별한 유대감까지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갑자기 눈앞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 넘어진다. 다가가 "괜찮냐"고 하자 "행복하다"며 동문서답을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다시 춤을 춘다. '술에 취했나'. 행사장 내부에선 술과 음식이 판매된다. 하지만 술 냄새는 나지 않는다. 레이브 파티 현장에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대형 홀 내부에서는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춤을 추고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멍하니 앉아 조명을 응시한다.

유명 DJ들의 몸짓에 환호하다 이내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든다. 음악이 멈추고 조명이 꺼질 때까지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다른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만의 '천국'에 들어선 이방인에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광경이다.

레이브 파티(Rave party)는.

여러 사람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면서 벌이는 파티를 일컫는다. 원래 레이브 파티는 버려진 창고, 비행기 격납고, 농장에 설치된 천막 등 틀에 박히지 않은 장소에서 청소년들이 밤새 춤을 추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요즘의 레이브 파티는 무대가 클럽으로 옮겨져 DJ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추어 밤새워 춤을 추는 것으로, 1987년쯤 영국의 클럽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레이브 파티에 쓰이는 음악은 테크노다. 그 이유는 밤새 댄스 파티를 지속하고 집단 환각 상태인 ‘트랜스(trance) 효과’를 내기 위해서 최면적인 반복성을 지닌 테크노 음악이 알맞기 때문이다. 레이브 파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향정신성 약물인 엑스터시가 테크노 음악과 함께 레이브 파티 문화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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