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만나다] 해밀턴 아이언워크스 한나남대표…철강업계선 흔치 않은 '철의 여인'
철골제작 라이선스
LA여성으론 1호, LAX 등굵직한공사참여
해밀턴사는 W빔(한국선 I빔)으로 알려질 철골을 건물 형태에 맞게 자르고 변형시켜 납품하는 업체다.
가디나의 2에이커가 넘는 공장부지에 7.5톤짜리 크레인 3개 5톤짜리 크레인 2개 각종 밀링머신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공사 주문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미 LA국제공항 위티어 장로병원 더글라스 파크 페퍼다인 대학 등 굵직굵직한 신축 및 확장 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주류업계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사실 철강업계는 유색인종의 진입이 쉽지 않고 더구나 여성 CEO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금녀의 산업분야죠. 학교에서 따로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고 각종 공사 규격이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아요."
17세에 고향 부산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온 남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던 그를 철강업계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남편의 공(?)이다.
동업자가 떠난 소규모 철강업체를 인수한 남편이 남씨에게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한인타운에 진출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게 오히려 주류 공사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큰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납품 경험과 제작 능력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에 규모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공사 수주를 따냈다.
그러다 1996년 LA국제공항 확장 공사에 참여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까다로운 공항 공사에 입찰하기 위해 각종 서류 작업에서부터 시공 능력 직원 관리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회사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소수계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정책(MBE)으로 인해 참가하게 됐지만 이를 계기로 시공 능력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중소 철강업체로는 드물게 직원들에 생명보험과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등 직원 복지를 강화했다. 또 공사가 많다고 함부로 직원을 뽑기보다 오버타임을 주더라도 기존의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FB01380'. FB(Fabricator licence)란 LA시가 허가해 주는 철골 제작 라이선스로 남 대표가 취득한 자격번호이다. LA시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남씨가 취득한 것이다. 주에서 발급하는 구조 철골 자격증 C51(Steel Structural)도 보유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5년이상 되어야 하고 각종 기계를 운영하는 지식을 갖춰야 합격할 수 있어 여성은 시험 응시자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 공사도 감소하면서 해밀턴사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수년 전보다 공사 실적이 거의 절반 가량이 줄었지만 남 대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휴식을 여유있게 즐기고 있다. 작년부터 남편과 함께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한인사회에 봉사의 기회를 살펴보게 된 것도 오랜만의 불황 덕분이다.
해밀턴사는 올 하반기부터 로욜라 대학 성소피아 성당 확장공사 준비로 다시 바빠지게 된다. 노란색 안전모를 집어들고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남 대표가 이렇게 말한다.
"능력있는 한인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집안에 머무는 게 안타까워요. 미국이니까 어느 분야든지 도전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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