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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텃새

텃새

임의숙(시인·뉴저지)

느리게 제 길을 찾아가는 새는
날개에 총총히 박히는 소나기를 뚫고
길 위에서 가로등의 라일락향을 맡는다
한 순간 들이삼킨 숨자락 끝을 잡고


집을 찾아간다
그 박힌 가시들 녹아 깃털에서
물방울로 떨구어 내릴 때
네가 부르고 있는 시간들이
겨드랑이 속에서 돋아난다
습관처럼 떠나버린 철새의 날개짓에
빈 둥지는 흔적없이 사라져가도
그런대로 견딜만했으리라
문 밖 잔가지를 부리로 쪼개내는 새는
날개의 자유로운 공간이 있다는 것을
텃새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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