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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DNA 달라졌다-1] 삼성의 '세계 1등 DNA'

자신있게 유연하게 빠르게…시장을 이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

2009년 1월 21일. 금융위기가 최고조일 때 삼성전자가 던진 출사표다. 그해 말 이 각오는 현실이 됐다. 휼렛패커드를 제치고 전자.정보기술(IT)분야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선 것이다. 국내 1등과 세계 1등 사이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주축이자 DNA 발전소다. 삼성전자의 1등 경험과 DNA가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연함과 자신감 속도가 새로운 삼성 DNA의 핵심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라는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은 그 DNA를 계속 담금질하고 있다.

◇조직의 벽을 부수다= 삼성은 2006년 'TV일류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자부문의 최고경영진 40여 명이 망라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였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였다. TF는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TV 화질을 좌우하는 반도체 개발에만 엔지니어 500여 명이 매달린 것도 TF의 결정이었다. 그렇게 탄생된 보르도 TV를 시작으로 삼성은 세계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은 지금 TF가 만개하고 있다. 계열사 어디서나 크고 작은 TF들이 활동 중이다. 2009년 10월 냉장고 리콜사태를 수습한 것도 아이폰 대항마인 갤럭시S를 개발한 것도 TF다. 조직체계를 뛰어넘는 TF를 통해 조직의 벽을 부수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TF들이 운영되는 데다 관련 임원 말고는 누가 어떤 TF에 파견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TF의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리의 삼성에서 한결 유연한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착안점은 '실용'이다. 기존에 누가 사업을 해왔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 해당 업무를 가장 잘하는 곳에 일이 배당된다. 카메라 사업이 좋은 예다. 애초 삼성테크윈에서 하다가 2009년 3월 삼성디지털이미징으로 분리돼 나왔다. 1년여 만에 삼성전자의 디지털이미징사업부로 합병됐다. 삼성 관계자는 "카메라에 반도체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해 삼성전자와 합친 것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애플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개발 중인 S패드(가칭)는 컴퓨터사업부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만드는 무선사업부에서 개발 중이다. S패드의 성격이 스마트폰과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조직 수술은 일상사가 됐다. 필요하면 사업부 전체를 뗐다 붙인다. 1990년대엔 5~6년마다 2000년대 들어선 3년 주기로 이뤄지던 조직개편이 글로벌 위기 기간엔 매년 일어났다.

◇더 빠르게= 삼성 직원들이 글로벌 위기 이후 가장 달라진 것으로 꼽는 것은 속도다. 삼성은 이전에도 의사결정이 늦지 않은 조직이었다. 지금은 더 빨라지고 현장을 더 중시한다. 삼성전자는 2009년 서울에 있던 기획 디자인 마케팅 인력을 연구개발(R&D) 인력이 있는 현장으로 배치했다. 수시로 만나 해결점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최고경영자(CEO)인 최지성 사장은 본사(서울 서초사옥)에 있던 집무실을 공장이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옮겼다. 의사결정을 현장에서 바로 내리기 위해서다.

공급망관리시스템(SCM)도 무섭게 진화했다. TV나 휴대전화 등 신제품을 전 세계에 동시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신제품 효과는 그만큼 증폭된다. 전 직원은 자기 자리에서 전 세계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삼성그룹 내부에선 '초(超)격차'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2등 3등이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격차를 벌리라는 말이다. 5월 반도체 분야의 26조원 투자 결정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금융계열사의 한 임원은 "2등 3등의 실적을 합친 것 이상의 실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과거엔 단순히 양적인 1등을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양과 질을 모두 중시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절대품질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경쟁업체보다 나은 제품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 품질에 관한 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종자(follower)'에서 '선도자(leader)'로= 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은 1등이 만든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이 반도체 D램에선 삼성이 표준을 만든다. 17분기 연속 세계 1위인 TV도 그런 경우다. 삼성은 2009년 3월 두께 29mm의 LED TV를 출시했다. 세계 최초였다. 화질은 선명하고 에너지 효율은 높았지만 LCD TV보다 700~800달러가 더 비쌌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던 시기에 더 비싼 TV를 내놓는 것은 모험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년 만에 260만 대가 팔려나갔다. 해가 바뀌자 모든 TV 메이커들이 LED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다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3D TV였다. 올 2월 3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세계 TV 시장은 순식간에 3D 시대로 바뀌었다. 1등이 아닌 분야에선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삼성은 아프리카에 본격 진출했다. 아프리카는 휴대전화 글로벌 2등인 삼성이 1등인 노키아와 가장 격차가 벌어진 지역이다(노키아 70% 대 삼성 18%).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북미 유럽 등 절대적 사업자가 있는 시장에서는 잘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약했다"면서 "삼성이 아프리카로 간 것 자체가 새로운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창의성의 한계를 넘어야= "삼성은 기존에 있는 제품을 개선시키는 데는 탁월하다. 반도체도 휴대전화도 3D TV도 다 기존에 있던 기술이었다. 그러나 소니의 워크맨 애플의 아이폰처럼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삼성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삼성의 약점이다. 창의성 부족은 삼성의 아킬레스건이다. 기업문화는 기존의 발상을 뛰어넘는 도전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이유다.

40년간의 제조업 사고방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용화 수석연구원은 "삼성이 글로벌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가 직원 의 창의성을 살리고 지원하는 쪽으로 더욱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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