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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남가주 성령 쇄신대회'…"한국서 장의사 신부라 불려요"

LA온 허윤석 세례자요한 신부

"나의 사목 대상은 시신이에요. 그리고 그 유가족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저를 '염쟁이 신부' '장의사 신부'라 부르지요."

이번 성령쇄신대회 초청강사로 LA에 온 허윤석 세례자 요한 신부(의정부교구.38.사진)의 현재 타이틀은 '한국 천주교 상장례 지도사 학교장' '한국 주교회의 전례 위원회 위원'이다.

"젊은 신부가 어떻게 시신을 염하는 사목(?)을 하게 됐냐고 모두 궁금해서 물어요. 그러면 저는 신부 되기 훨씬 전인 7살 때 부터라고 대답합니다."

부친과 함께 목욕탕에 갔다. "저기 혼자서 때를 미시는 할아버지 보이지? 가서 등을 밀어 드려 봐. 말할 수 없이 기뻐질테니까." 부친의 강요로 마지못해 다가가 "등 밀어 드릴까요?" 했더니 등을 돌려 내주면서 "네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세례자 요한'이라 했더니 그게 무엇이냐 물어 '물로 예수님을 깨끗이 씻어 세례 준 사람'이라 답했다. '세례가 뭐냐?'는 말에 '하느님 이름으로 씻어주는 것이요'라고 지금 생각해도 신통할 정도로 대답했다며 웃는다. 그리고 할아버지 등을 밀면서 새 장난감을 가졌을 때와 전혀 다른 기쁨을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바로 성령체험이었다"고 말한다.



그 때 성령과 감미로운 만남 즉 '물로 깨끗이 씻어주기'는 결국 사제 성소로 이어졌고 가톨릭 교회 안에서 시신을 염하여 장례를 치르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염쟁이 사제로 살게 해 주었다. 그러나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암으로 많은 고생을 한 부친은 임종 때 "남을 씻어주는 사목을 하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막상 부친의 염은 도저히 직접 할 수 없어 도중에 포기했다. 부친을 잃은 상실감은 신학교까지 포기할 생각을 할 만큼 무력증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장남으로서 부친 대신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게 도리란 생각이 굳어질 때였다.

그 때가 신학생이 사복을 벗고 첫 성직자복인 수단을 입을 때였는데 살 돈이 없을 정도였다.

상황을 대전환시켜 준 사건이 바로 신자들이 돈을 모아 수단을 사갖고 와서 '이 옷이 바로 당신의 수의가 되게 해달라'는 말이었다.

신자들의 사랑에 부추겨져 '다시' 해 볼 엄두가 났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배우자 부모 자녀를 잃고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있는 유가족의 영적 치유 핵심도 바로 이 '다시'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이기 때문에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할 뿐"이라며 "유가족들이 슬픔 가운데서도 지금 여기서 '다시'가 시작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나의 사목"이라 말한다.

"남편을 잃었지만 남은 자녀를 위해 밥을 다시 지을 수 있는 힘과 희망이 오늘 이 순간에 시작될 수 있도록 함께 울며 기도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눈물의 사제'라고 말한다. "영원한 본향을 떠나온 우리는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하느님 앞에 서기만 하면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지금 한국 정부에서도 염에서 부터 장지에 묻힐 때까지 무료로 해주는 가톨릭교회 연령회의 장례봉사를 한국 전통의 장례문화로 보고 큰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허윤석 신부는

1999년 서울 대교구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목5동 보좌신부로 사목 시작. '레지오 마리애의 영성과 선교' 석사학 이태리 페루지아 유학 '전례학' 박사(가톨릭대학교). 저서로 '나도 장모님이 있다면(2000)' '아름다운 힘 아름다운 당신(2010)' '확신을 갖고 손에 다시 묵주를 드십시오(2010)'가 있다. 카페 '회복의 시간'(http://cafe.daum.net/credohur1004)을 운영한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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