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 '부캉스'로 마음 양식 쌓으며 무더위 날리자
조선시대 세종도 집현전 관리들에
출근하지 말고 글 읽으라 어명 내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가을에 가장 독서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졌다.
직장인의 휴가와 학생의 방학이 맞물린 7.8월은 출판계의 대목이다. 매출이 가을의 두 배를 넘는다고 한다.
휴가의 최고 동반자는 누가 뭐래도 책이다.
휴가철이 곧 독서철인 셈인데 요즘엔 아예 '북캉스(bookance)'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만 찾을 게 아니라 책으로 더위를 다스려 보자는 거다.
책(book)과 바캉스(vacance)를 조합한 한국 사람만 알아듣을 법한 신조어이지만 '바캉스 대신 북캉스를 떠나자'는 말은 입에 착 달라붙는다.
조선시대에도 '북캉스'가 있었다. 왕은 신하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독서 휴가'를 내렸다.
세종 때의 '사가독서'제도다. 즉위 8년인 1426년 12월 11일에 기록한 '세종실록'엔 집현전 학자인 권채.신석견.남수문에게 "출근하지 말고 글을 읽으라"고 한 어명이 남아 있다.
"세종이 집현전 부교리 권채와 저작랑 신석견 정자 남수문 등을 불러 명하기를 '내가 너희들에게 집현관을 제수한 것은 나이가 젊고 장래가 있으므로 다만 글을 읽혀서 실제 효과가 있게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각각 직무로 인하여 아침저녁으로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본전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어 성과를 나타내어 내 뜻에 맞게 하고 글 읽는 규범에 대해서는 변계량의 지도를 받도록 하라'고 하였다."
절정의 더위와 더불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여름 휴가시즌은 노동절 연휴인 9월초까지 이어진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업종에 따라 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비행기 표 얻기 힘들다는 한국으로 가거나 미국의 다른 도시로 떠난다.
여러가지 사정상 집에서 쉬어야 되는 경우라면 독서를 권하고 싶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책도 좋고 교양서적도 좋다.
마음의 양식을 가득채워 하반기 비즈니스를 대비하는 것도 괜찮은 휴가플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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