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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팔순의 노작가가 보내는 '따스한 위로'

박완서 산문집. 나왔다는 얘기만 듣고도 반갑게 집어드는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현대문학 펴냄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하는 배움이 있어서도 아니요 문체의 힘에 끌려 읽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글도 아니요 마음을 휘젓는 깨달음이 담긴 미문도 아닌데 그렇다. 친하게 지내는 나이드신 누군가가 "나 옛날에는…" 하며 들려주는 정겨운 옛이야기가 같아서 좋고 이만큼 살면서 느꼈을 법한 다들 공감하면서도 잠시 잊었던 그런 자잘하지만 따스한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작은 목소리로 풀어놔서 좋다고 할까.
밤을 새가며 다 읽지 않아도 되고 그저 책장에 꽂혀져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져 어느날 마음이 갈때 손을 내밀어 보고 또 보면 되기에 좋다.
세상 나이로 팔십 글을 쓰면서 살아온 세월은 40년인 그가 최근 몇 년간 문학잡지와 일간지에 썼던 글을 모았다. 하지만 "청탁에 밀려 막 쓴 글이 아니고 그동안 공들여 쓴 글이어서 흐뭇하고 애착이 간다"는 작가의 말 처럼 구절구절이 우리를 아늑하고 편안하게 한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느낌이다.
박완서씨는 12년전 경기 구리시 아치울 마을로 이사가 마당을 가꾸고 숲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그래서 글에는 그의 주요 일과인 정원가꾸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흙과 풀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자연에 대한 상념은 정직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사람들 얘기로 마무리된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박경리 선생이 외아들을 잃고 칩거하고 있는 작가를 집으로 데려와 손수 지은 따순 밥과 배추속댓국을 먹이며 그 울음 콧물을 다 받아준 얘기하며 6.25전쟁 후 스무살 밖에 안된 나이에 세상 다 끝난 듯 성질을 부리며 살던 그에게 연민의 한마디로 불행의 무게를 덜어준 박수근 화백에 대한 글은 독자인 우리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위로해준다.
그래서 현재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의 사랑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이 흔하디 흔한 말로 스쳐지나가지 않고 "5월에 왼쪽 발목을 다쳤는데 많이 좋아져 이번 달 초부터 정원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걸을 수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요즘은 매일 매일 행복하다"는 고백에도 한동안 마음이 머물게된다.
신복례 기자 bor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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