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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거장 인터뷰] LA 찾은 소설가 이문열씨

"작가는 독자 마음 먼저 생각…만족시켜줄 책임있다"

'리투아니아 여인 신문 연재중…다국적 여성 자아·정체성 다뤄
좋아하는 것만으로 한류 해석…잘못 전해지는 부분 경계해야
한국 작가 적극 활동 글로벌화…때론 세계 의식해 역사 왜곡도
100만부 이상 팔린 소설만 5권…독자들에게 과분한 사랑 받아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번달 초 하루를 함께 지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그를 여름 휴가지로 초청했고 하루밤을 같이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별 말 안했다’고 답하고 있어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 한다.

대통령이 정부요직 교체 등 힘겨운 정국 가운데서, 65주년을 맞이하는 8.15 경축 행사를 앞두고 독대했다는 그가 LA에 와 지난주 강연회를 가졌다.

3일동안 열린 강연회에는 예상대로 연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이문열의 파워는 대단했다.

한국 문단의 거두 이문열씨의 문학과 자아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작 집필로 바쁘시다지요.

- 7월초부터 한국 중앙일보 토요일(사람섹션 'j')에 '리투아니아 여인'을 쓰고 있습니다. 안중근 열사를 다룬 작품 '불멸'을 출간한 후 처음 쓰는 작품인데 역시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활력이 생기지만 한편으로는 또 어디에 매여 있어 답답한 느낌도 지울 수 없지요. LA 강연을 위해 한 두주 연재를 쉰다 했습니다. 이번 강연회가 잠시 머리를 식히는 계가가 됐군요.

▶어떤 내용입니까.

-다국적 여성을 주인공으로 21세기의 정체성을 다룬 소설입니다.

리투아니아(발트해 연안의 소국)출신으로 미국에서 자란 어머니와 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이 주인공인데 1990년대 중반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이 여성을 모델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게 작품 탄생의 모태지요.

주인공의 할머니는 194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에 병합될 때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을 했고 그곳에서 이민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대학에 들어가 민속 음악을 공부하던중 한인 남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자아와 핏줄 그리고 전통과 문화 삶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집필을 하시기 전 취재를 철저하게 하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혹시 리투아니아에도 가보셨는지요?

-자료 준비는 철저히 합니다. 물론 현장에도 갑니다. 보통 장편을 쓰기전 자료 수집과 조사만 2-3년 정도 합니다. 조사만 철저히 해 놓으면 장편 한권 쓰는데는 1년이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리투아니아에는 마음만 앞섰고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을 듯 합니다. 이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는 깊이가 있어요.

- 일부에서는 이 소설이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들 하는데 사랑을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갈 요소이고 중심은 자아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는 우리가 종래 인식하고 있었던 '정체성'이라는 관념이 변화돼 있습니다. 현재의 정체성은 피와 땅을 통해서 구현되지 않고 있어요. 사랑도 그렇고요. 아직 저 자신도 이런 것이 21세기의 정체성이다 하고 명확하게 규명지을 수 없어 그저 일종의 혼란스러움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하여간 소설 속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규명하고 자아를 형성해 가는지 써 내려갈 겁니다. 지켜봐 주십시요.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한국도 혼혈이 흔하잖습니까.

-대단합니다. 한국에도 어떤 지역의 경우 어린아이들 중 7명중 한명이 혼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민족의 유입이 많아졌지요. 이런 다국적 시대에서 '나를 어떻게 지켜내는가'라는 주제는 중요합니다.

▶UC 버클리와 하버드 대학에서 머물며 연구하셨는데 당시 한인 학생들의 정체성을 살피실 기회가 있으셨는지요.

- 버클리에서도 하버드에서도 체류 작가로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한인 학생들과 그들의 생각을 나눌 정도로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만남의 시간이 생기면 이들의 조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학생들은 문학 이야기만 물으려고 해 살필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쉬워요.

▶4년전 버클리에 계실 때 LA에 잠시 내려와 한류에 대해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대부분 한인들이 한류에 대해 개념조차 정확하게 인식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셨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요?

- 세계적으로 한국이 많이 알려졌다는 것 한국의 것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한류로 풀이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역사와 사상 철학과 문화 그리고 전통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사상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아 이들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정통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것들이 너무나 설쳐 오히려 한류가 오류 속에 파묻혀 있는 느낌입니다. 잘못된 것들이 한국의 것으로 잘못 전해지고 있어요. 우려해야 할 부분이지요.

▶한국인들의 반미 감정은 어떻습니까?

-나아지지 않았어요. 말들을 바꿨을 뿐 미국에 대한 적대 감정은 희석되지 않은 듯 합니다.

▶한국 문학은 세계 속에 여전합니까.

- 많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또 번역도 많이 돼 글러벌라이즈화 되고 있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작가들이 지나치게 세계를 의식해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작품을 쓴다거나 틀린 것을 맞다고 쓰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역사 왜곡은 안됩니다. 작가들은 이름이 알려지는 문제보다 진실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독자를 먼저 의식해야 합니다.

▶내놓는 소설마다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라면.

- 조금 전 이야기 했듯 독자를 의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이 책방 가서 책 한권 살 때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얻겠다는 기대를 합니다.

재미를 얻든 지식이나 정보를 얻고 싶든.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의 이 기대를 만족시켜 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제 경우 글을 쓸 때 독자들의 마음을 먼저 염두에 둡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소설을 판매한 작가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로 추산하십니까?

- 100만부 이상 팔린 창작 소설만 5권입니다. 독자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기는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실 계획인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에 천착하지 않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이나 처해진 형편에 따라 문득 주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한 리투아니아처럼 어떤 특별한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을 모델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어떠한 주제라도 마음을 당기는 것이 있다면 써야지요. 당분간은 '리투아니아 여인'에만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예전에 뵈었을 때보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유이나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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