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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6>오벨리스크] 센트럴파크에 세워진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센트럴파크를 창조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보크스는 센트럴파크 부지 안에 커다란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을 들어서는 계획에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당대 실세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땅을 내주게 되었다.

처음에 메트뮤지엄은 조그만 건물로 쪼개, 최대한 센트럴파크를 가리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박물관의 약탈한 콜렉션이 늘어날 때마다 계속 건물이 증축돼 센트럴파크의 땅을 계속 갉아먹었다. 이에 초기의 쪼개진 건물은 현재의 커다란 증축 건물 안에 레고 블록처럼 숨어 있는 꼴이 되었다.

메트뮤지엄 뒤편으론 웬 고대 문자가 가득한 뾰족한 돌기둥, 오벨리스크가 하나 박혀 있다. 당연히 복제품이겠거니 하고 그냥 지나치곤 했다. 진짜라면 뭐하러 이렇게 바깥에 비를 맞게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오벨리스크는 진짜였다. 단지 이곳에 세워질 당시인 1881년 메트가 아담했기 때문에 이렇게 바깥에 세웠다. 게다가 이 오벨리스크는 이력서에 람세스와 케사르까지 엮은 대단한 것이다. 기원전 1450년 이집트 나일강 유역의 헬리오폴리스라는 도시에 파라오 투트모시스 3세를 위해 만들어진 오벨리스크다. 이로부터 200년 뒤 람세스 2세가 전쟁 승리를 기념하며 이 표면에 비문을 새겼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 군대가 와서 오벨리스크에 불을 질렀고, 지금까지도 표면에 남아 있는 검댕과 긁힌 자국이 있다. 기원전 12년엔 로마의 아우구스투스가 이것을 나일강 유역에서 알렉산드리아로 수송했다. 이 오벨리스크를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 부른 것은 로마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클레오파트라는 이 오벨리스크가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하기 20년 전에 죽었다고 한다.

한편 수송하는 과정에서 오벨리스크 밑동의 각이 훼손되자, 로마인은 오벨리스크를 든든히 받칠 수 있는 황동으로 만든 게(crab)를 주조해 네 모서리 아래에 끼워넣었다. 이 황동 게 가운데 두 마리는 이집트에서 도둑 맞았고, 나머지 두 개는 뒤쪽 메트에서 보관하고 있다. 즉 현재 센트럴파크의 오벨리스크를 받치고 있는 깜찍한 황동 게는 다 복제품이다.

로마인들이 이집트를 떠나고 이 오벨리스크는 1301년 지진으로 무너진 채로 한동안 역사 속에서 잊혀졌다가 19세기에 재발견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 한 쌍의 투트모시스 오벨리스크는 떨어져 따로 옮겨진다. 당시 유럽에선 ‘이집트 문명의 재발견’이 한창 유행이었다. 1833년 이집트의 다른 곳에 있던 오벨리스크 하나가 파리로 옮겨져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1877년 이 투트모시스 오벨리스크 하나가 런던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뉴욕이 남아 있는 투트모시스 오벨리스크에게 눈독을 들였다. 파리도 런던도 가지고 있는 아주 멋진 그것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그룹은 철도 재벌 윌리엄 밴더빌트로부터 재정 지원을 약속 받았다.

이에 힘을 얻은 미국인들이 알렉산드리아로 넘어가 성조기를 오벨리스크 위에 덮고 미국의 재산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220t의 오벨리스크를 특별히 구입한 영국제 증기선에 싣고 1880년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오벨리스크가 도착했다는 뉴스는 뉴욕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항구에서부터 나무로 만든 특별한 레일을 이용해 조심스레 사람의 힘만으로 옮겼다. 112일 만에 현재의 위치인 메트뮤지엄 뒷자리에 세웠다.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방향 그대로 조립하여 세운 이 오벨리스크 아래에는 1881년 당시의 타임캡슐을 묻었다. 성서·웹스터 사전·미 독립선언문 복사본·셰익스피어 작품·이집트로 가는 길 안내서 등이 그 내용물이다.

☞안나 김은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LG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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