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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신영균/전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오늘(18일)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본인이 사후에 출판하도록 하라는 유지에 따라 서거 1주기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그의 자서전을 구해 읽었다.

책을 읽는 지난 한 주간은 나도 모르게 그의 삶속에 동화돼 질풍노도의 세월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현대사를 살다간 거인의 발자취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글이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고 군부독재와 싸워 민주화시대를 열어가면서 온갖 누명과 박해를 받는 고난과 한의 삶을 살았다. 6년간의 감옥생활과 수십 년간의 망명과 연금생활을 통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인내를 키웠다고 책에 적고 있다. 또한 그 정지된 시간 속에서 많은 독서를 통해 엄청난 지식을 얻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의 몫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도쿄 납치사건을 비롯해 5번의 죽을 고비를 읽어갈 때는 그 안타까움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지만 그는 그런 박해와 고난보다도 더욱 그를 괴롭히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 것은 지역감정과 억울한 누명이었다고 했다. 특히 사상적으로 몰아갈 때나 비자금 문제로 오해를 받을 때가 가장 괴롭고 억울했다고 여러 번에 걸쳐 쓰고 있다.



대선에 3번이나 실패 후 결국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파산한 국가의 빈 곳간뿐이었다.

그러나 국민운동으로 이어진 금 모으기와 해외동포들의 송금 그리고 탁월한 외교와 노력으로 IMF의 식민통치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되찾고 분단 55년의 벽을 넘어 남북 정상회담을 이루는 과정은 가슴이 터지는 감동과 눈물 없이는 읽어 내리기가 힘들었다.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과정도 한민족으로 큰 자긍심을 갖게 했다.

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뒤늦게 바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그는 이렇게 슬픔을 말했다. "노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세요. 당신이 우리 마음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어 주세요.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 나갑시다." 두 분은 지금 저승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게 외교는 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한반도는 4대국 이해가 촘촘히 얽혀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입니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양쪽에 풀을 뜯어 먹을 것인지 아니면 열강에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책의 끝에는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말이었다.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길을 떠났던 그 분이 있었기에 우리의 국격이 높아졌다. 그에게 열등감을 가진 세력들이 온갖 시기와 질투로 그를 비방해도 세계는 그를 위대한 인물로 인정하고 박수친다.

역동적이면서도 한 맺힌 그의 삶속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다. 나는 이 시대를 그 분과 함께 살았다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분이 떠난 지 한 해가 지났지만 요즘같이 그분이 그리울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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