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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 바꾼다-3] 전문가 좌담

장비 국산화 시급…대기업들이 중소업체 제품 써 줘야

패키징 시장 매년 10% 성장…올 세계 시장 280억 달러
장비산업 대부분 수입 의존…산.학.연 연구 정보 공유 절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 하지만 반도체를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위 자리를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전자기기를 얼마나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는 패키징 기술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국내외 패키징 기술 개발 현장을 살펴봤다(7월 24일자 7월 31일자 G4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정부.기업.연구소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패키징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강남기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디스플레이연구본부장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원 융합생산 기술연구부장
▶이춘흥 앰코코리아 기술본부장
▶장동영 서울테크노파크 원장(사회)

▶사회= 패키징이란 말 다소 생소한데요. 패키징 산업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강남기= 패키징 하면 대개 포장지를 연상하죠. 저희가 말하는 패키징은 반도체가 완성된 뒤에 반도체를 먼지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덮개를 씌우고 반도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외부 부품에 전달하기 위해 연결선을 만드는 공정을 말합니다.

사람 두뇌를 중앙처리장치(CPU)라고 합시다.

패키징은 이 두뇌에 혈관과 신경세포가 들어가 혈액과 신호를 공급하고 뼈와 피부를 이용해 두뇌를 보호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최근에 모바일 기기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이것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 패키징 기술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패키징 시장은 28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정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 반도체 분야에서 패키징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춘흥=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게임에선 얼마나 얇고 가볍게 제품을 만드느냐를 두고 경쟁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게 패키징 기술입니다. 또 2014년부터 유럽에선 이런 제품엔 납을 못 쓰게 됩니다.

지금은 패키징에 납이 들어가고 있거든요. 따라서 패키징에서 걸려서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리콘 공정은 45나노 40나노 28나노로 점점 발전하는데 마지막 공정인 패키징에서 막히게 돼 버립니다. 반도체 업체로선 굉장한 손해를 볼 수 있는 거죠. 이제는 세계적인 업체와 손잡지 않으면 28나노나 40나노 주문을 받아도 소용 없습니다.

▶사회= 아무리 삼성전자가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내도 이를 잘 활용하려면 패키징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군요.

국내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요.

▶강= 국내의 패키징 산업은 1970년대 아남반도체가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로 반도체 조립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낮은 수준의 기술개발이 주였는데 8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서 패키징 산업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패키징 기술은 공정 기술 면에서는 많이 업그레이드가 돼 있습니다.

▶이춘흥= 지금 한국의 기술은 최첨단입니다. 한국의 패키징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장비가 중요한데 국내 패키징 장비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이낙규= 반도체 패키징은 사람으로 치면 피가 흐르게 하는 즉 제품으로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공정입니다.

이와 관련된 장비들은 외국산 장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거의 다 일본이나 미국산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분야에선 국산 장비업체도 개발하는 수준까지는 올라왔지만 양산하는 기술은 아직 떨어집니다.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같은 대기업은 국내장비를 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고급 고가의 장비에선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60% 정도입니다.

▶이춘흥= 국내 장비업체의 수준은 괜찮습니다. 잘하는 회사도 있죠. 문제는 우리나라 장비 회사들이 자본이 부족하고 글로벌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능성 있는 장비회사는 많지만 자기 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장비 하나 만들면 보통 20억원이 들어가는데 대출 받아서 만들어서 검증 받기까지 기업이 버틸 수 없는 거죠.

▶사회=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엔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태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세계시장 1위를 자랑하지만 장비산업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 관련 장비는 6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 일이 많습니다. 2007년 패키징 산업이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산업 원동력이 되겠다 해서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까지 '차세대 패키징 공정 장비 실용화 사업'이란 이름으로 총사업비 350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회= 공정장비 실용화사업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강= LG이노텍의 경우 전통적인 인쇄회로기판을 매우 작게 반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걸 활용하면 스마트폰 부품 중에서도 부피가 큰 카메라 모듈의 크기를 확 줄일 수 있죠. 네페스는 웨이퍼 상에서 다양한 칩을 올려 소형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창조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지금은 머리에 엄청 큰 장비를 써야 하는데 이 기술을 개발하면 작은 장치로 가능하게 됩니다.

▶사회= 패키징 분야에서 많은 해외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요.

▶이춘흥= 기업체 간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작정 앉아서 장기 개발한다고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에코 시스템을 통해 시장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빨리 알아채야 장비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낙규= 장비를 개발했지만 아무도 테스트를 안 해주고 이를 위한 웨이퍼 관련 도면도 전혀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장비산업은 클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이 개발하는 장비를 시험가동해 줘야 이를 바탕으로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죠. 대기업이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장비산업 발전에 중요합니다.

▶강= 학교 따로 연구소 따로 기업 따로 하다 보니 시너지를 못 내는 게 한국의 연구 풍토입니다.

반도체 패키징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달리 공정장비 실용화 사업은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입니다. 기계.회로.공정.재료를 담당한 사람들이 모여 컨소시엄 안에서 피드백을 해준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우= 올 들어 정부는 기업 연구개발(R&D) 정책을 바꿨습니다.

과거 R&D 정책이 여러 곳에 n분의 1로 쪼개주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잘 되고 있는 분야로 몰아줍니다. 성과를 내자는 것이지요. 차세대 패키징은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지원할 계획입니다.

초기엔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 기업들이 패키징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하이닉스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도 90%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정리=한애란.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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