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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뉴욕 밥값·LA 밥값 왜 차이 나나

이재희/경제부문 차장

5년여 만에 뉴욕에 갔다. 불경기라 하는데 맨해튼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타임스퀘어 앞도 소호의 소매업소들도 한인 식당들도 사람들이 꽉 메웠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뉴저지의 한 한인 식당은 오후 10시까지도 고객들로 북적였다. 다른 날 찾은 뉴욕 플러싱의 다른 한인 식당도 고객이 많았다. 속사정은 들여다봐야겠지만 겉으로만 볼 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LA에서 간 기자로선 은근히 부러웠다.

맨해튼에는 반가운 업소들도 많았다. LA에서 시작한 한인 업소들이 맨해튼 곳곳에 들어가 있었다. 이젠 내셔널 브랜드로 성장한 한 한인 소유 의류 브랜드의 타임스퀘어 대형 매장은 전세계 패션의 중심 같았다.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한인 업소들이 한인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종 시장에 깊숙히 파고 들어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인 뿐만 아니라 타인종을 대상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그래서 또 부러웠다.

LA에서 뉴욕으로 터전을 옮긴 한 동료 기자는 한식당들을 찾는 타인종 고객이 LA에서 보다 훨씬 많다고 전해줬다. 굳이 한인과 타인종으로 구분할 필요없이 함께 어우러지고 자연스럽게 녹아있다고 했다.

놀라운 일도 있었다. 음식값이 참 비쌌다. LA 한인 식당들에서는 5.99달러에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수두룩한데 뉴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LA에서는 서비스로 나올 법한 메뉴도 10달러는 내야 했다. 그럼에도 손님이 참 많았다. 이렇게 비싼데 불경기라는데 어떻게 손님을 끌었을까 그렇다고 LA보다 맛있는 것도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닌데. 의아했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취재하면서 만난 한 업주가 그랬다. 경쟁 상대가 한인 업소 한인 식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종이 운영하는 업소 식당과의 경쟁이 쉽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인을 상대로 한인들끼리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무리한 프로모션은 서로 자제한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LA가 떠올랐다. 오픈을 앞두고 인터뷰한 한 식당 업주의 말도 떠올랐다. 십 수년간의 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 데도 그는 영업을 시작하기가 무섭다고 했다. 3~4달러까지 곤두박질 친 한인 식당들의 경쟁판에 뛰어들 자신이 선뜻 서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 운영을 잠시 놓고 손님이 되보니 3.99달러에 몇가지씩 반찬까지 나오니 참 좋더라 했다. 10명이 가도 50달러면 충분하니 부담없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업주 입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두려워졌다고 했다.

비싼 뉴욕 밥값을 경험하고 난 뒤 LA 밥값은 고마웠다. 하지만 밥값은 조금 더 내도 되니 한인 업소끼리 출혈 경쟁으로 피를 흘리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으면 좋겠다. 불경기. 말만으로도 지겹다. 이 불경기가 피 흘리는 경쟁이 아닌 건강한 경쟁으로 지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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