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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함, 저주의 대물림이 된 주인공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기독교는 성서를 오용(誤用)하여 복음의 순수성에 오점을 남긴 얼룩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청교도들이 미국 원주민들(인디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6000만 명 추산)하고 그들로부터 땅을 빼앗을 때에도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이 남미를 정복할 때(2300만 여명 살해)에도 성서에 근거해서 자신들의 집단적 범죄를 정당화하려 하였다. 미국 남부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창세기의 함(가나안)의 저주 사건을 들먹이며 노예제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변하였다. 그 사건을 잘못 해석한 결과 역사 속에서 수많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와서 인권이 짓밟히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저주가 되었다. 그 저주의 잔재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사회 곳곳을 멍들게 하고 있다.

흑인들에게 노예의 굴레를 씌운 함(가나안) 저주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만취해 자기 방에 벌거벗고 잠들었다.

아버지 천막에 우연히 혹은 용무가 있어 들렀던 둘째 아들(함)은 그 사실을 다른 두 형제들(셈과 야벳)에게 알렸다. 형제들은 뒷걸음질하여 아버지의 벌거벗음을 보지 않은 채로 덮어주었다.

술이 깬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노아는 함의 손자인 가나안이 형제의 종이 될 것이라고 저주했던 것이다. 아비의 허물을 덮어주지 않은 채 그것을 볼거리 삼고 가십거리 삼은 함(과 가나안)은 이렇게 하여 저주 아래 놓이게 되었다.

저주받은 가나안으로부터 유래된 가나안 족속은 후에 셈계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종이 되기도 하고 여러 번의 전쟁을 통해 정복당하기도 했으니 함에 대한 저주는 일단락되었다. 따라서 노아의 가나안 저주 사건을 그로부터 4500년이 지난 후 아프리카 흑인들과 연계시켜 그들이 저주받아 노예가 된 것은 필연적 귀결이라 하는 것은 억측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이의 치부 그것도 아비의 드러난 치부를 조롱하고 놀림감 삼은 함에 대한 노아의 저주의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어 숱한 아프리카 흑인들의 삶을 초토화시켰으니 성서의 오용이 가져온 재앙은 너무나 컸다. 자신의 들보 같은 치부는 은닉한 채 다른 이의 티를 지적할 때 관계의 단절이 생긴다. 그것이 보다 근원적인 저주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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