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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반이민법 논란…"연방정부 고유 권한" vs "주정부가 대신할 뿐"

첫심리 양측 뜨거운 공방…29일 시행중단 여부 관심
공화당은 연일 공세 높여…민주당도 선거 영향 촉각

연방정부, 그들 독자적 법마련은 잘못 vs 주정부, 불법이민 피해 늘어 불가피

연방 정부는 이 법이 연방 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애리조나 주측은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을 둘러싼 법적 논란을 살펴본다.

■ 시행중단 명령여부 관심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을 둘러싼 연방 정부와 애리조나 주 간 갈등은 연방 법무부가 애리조나 주 법을 상대로 폐기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사건에 대한 심리는 피닉스 소재 연방 법원이 맡고 있다. 사건의 첫 심리는 지난 22일 열렸다. 이날 심리에서 소송을 제기한 연방 정부측과 애리조나 주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심리 내내 법정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고 전했다. 우선 연방 정부측은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이 내용을 떠나 법 성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민문제는 연방 정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주 정부가 독자적으로 법을 마련해 이민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측은 애리조나 주 법의 내용도 문제 삼았다. 지방 경찰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단속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측은 특히 경찰의 체류신분 단속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일단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면 의무적으로 체류신분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단속 자체도 문제지만 단속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방 정부측은 외국 정부와의 외교마찰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애리조나 주측은 불법이민단속법의 탄생 자체가 연방 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인 만큼 불법이민단속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불법이민으로 인한 피해와 재정적 부담이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논리다. 애리조나 주측은 불법이민단속법의 내용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의 조항들 대부분이 연방법에 의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며 따라서 연방 정부가 할 일을 주 정부가 대신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심리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법원이 강제명령을 통해 29일로 예정된 이 법의 시행을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 하지만 담당판사는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

■정치권 선거영향 촉각

연방 정부와 애리조나 주가 법정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불법이민단속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날 심리가 열린 법원 밖에서는 애리조나 주 법을 지지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정치권도 이 문제가 향후 올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 정부의 소송을 비난하며 불법이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소송이 유권자들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은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불법이민 대응에 소극적임이 이번 소송을 통해 입증됐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소송이 당장은 선거에서 불리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불법이민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들어 불법이민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불법이민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자료를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한해 추방자는 40만 명에 달할 전망이며 이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에 비해 무려 10% 늘어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또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불법체류자 고용여부 조사도 오바마 행정부 들어 4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연방 정부 유리" 전망속 의외의 결과 나올수도

애리조나주의 불법이민단속법 소송에 대한 재판결과 전망에 대해 대부분 법률전문가들은 연방 정부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법이 주 법보다 상위 법인 만큼 법원이 상위 법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각 주 정부들의 독자적인 불법이민단속법 시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미국 전역 20개 주에서 애리조나 주의 불법이민단속법과 유사한 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연방 정부는 애리조나 주를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도 검토 중이다.

워싱턴= 최 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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