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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의 오페라 일기 (1)] 콜로라도의 밤…행복을 담는 두세가지 방법

이윤아/소프라노

콜로라도에 온지 한달 반이 됐다. 자연과 이렇게 가깝게 살아본 것이 언제인가 싶은데 어느새 많이 적응이 되었다. 소음도 공해도 없고, 불필요한 조명이 없는 콜로라도는 언제나 내가 선호하는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어젯 밤 바라본 하늘에는 내 평생 본 별들 숫자보다 더 많은 별들이 주루룩 흩어져 있었다.

오늘 저녁 아홉번째 ‘나비부인’ 공연이 있다. 약 한달간 연습을 하고 개막한 것이 6월 26일이었으니, 앞으로 5번 더 남은 공연까지 10주의 공연이 끝나게 된다.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오페라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어떤 직업에 어려운 부분이 없겠는가만은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행운인 것 같다. 가끔씩 느끼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이외에는 그다지 어려움을 호소할만한 부분은 없으니 말이다.

집을 떠난 먼 곳에서 공연과 공연 사이 짬이 날 때 가장 즐기는 것은 인터넷 안에서 세상을 보는 일이다. 특히 한국에 관한 뉴스나 이슈들을 자세히 읽고파고 드는 것에는 이제 중독증세까지 생겼다. 잠자리 머리까지 컴퓨터를 들고 가서 오늘 일어난 세상만사를 듣고 읽다가 잠이 드는 날이 허다하다.



한국에서는 연예인들에 관한 가십과 사건들이 매일매일 차고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듯하다. 연예인들의 소식, 속 이야기, 사건들을 보면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그들과는 달리, 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찾아와주는 곳이 오페라 극장이다. 그러나 무대를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는 생각이다.

가끔 진지한 대중가수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그들의 자유로운 창작세계가 부러워질 때가 있다. 오페라 가수는 위대한 작곡가와 작가가 창조한 드라마와 음악을 노래로 재표현해내는 과정을 맡은 만큼, 무에서 유로의 창작활동은 전혀 아닌 것이다.

재창조된 음계와 음성에 대한 연구와 노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수준의 노래가 완성되기에, 우리는 무한한 노력과 연습으로 칭찬과 박수를 받는다. 그것을 위해서 악기를 완성하고 관리하고 또 심성을 다듬고 행복을 맘에 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행복을 맘에 담기 위한 노력 중의 또 하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먹이는 일이다. 어제 저녁에 같이 공연하는 오페라 가수들과 지휘자 또 연출자를 내 아파트에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해 먹였다.

함께 공연하는 일본인 친구 가수가 도와줘서 정말 많은 음식을 조리했다. 두 종류의 만두, 매운 오징어 볶음, 생강으로 만든 쇠고기 요리, 잡채, 중국식 빨간 탕수육 그리고 후식으로는 단팥을 속에 넣은 만주도 만들어 봤다.

오페라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콜로라도로 온 우리는 얼마나 많이 웃고 떠들었는지 모른다. 국적과 배경, 현재 환경까지 다르지만 모든 것을 초월한 우리들의 파티에는 정말 즐거움과 행복함이 있었다.

영국 출신 지휘자는 아직 어려서 가끔 짖궂은 농담으로 내 인상을 찌푸리게하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으로 잡채 한 접시를 놓고도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오늘 저녁 공연엔 뉴욕에 있는 매니저가 와서 보기로 했으니 좀더 신경쓰고 잘 해야겠는데, 어제 무리한 잔치로 아직도 몸이 나른하다. 평소에 절대 즐기지 않는 낮잠을 청해볼까.

잠이 들지 않으면 베란다로 나가서 8527피트 고산지의 황홀한 공기나 깊이 들이 마시며 휴식하지 않을까 싶다. (2010년 7월 17일 콜로라도 센터시티 오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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