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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145] 여름에는 저녁을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음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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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1941-2007)

본명 오규옥.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 68년 ‘몇개의 현상’이 추천되며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신경숙·장석남·하성란 등의 제자를 키워냈다. 2007년 폐기종으로 사망. 시집으로 ‘순례’‘사랑의 기교’‘이땅에 씌여지는 서정시’‘사랑의 감옥’ 등이 있다. 2008년 1주기 때 유고시집 ‘두두’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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