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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 바꾼다…스마트폰 혁명 주역은 IC칩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단순한 부품 결합 기술' 옛말     2012년 세계시장 규모 336억달러
IT 경쟁력 키울 고부가산업      대만에 세계톱10 중 다섯 곳
일본 등 국가 전략사업으로      홍콩·일본선 산학연 공동연구


지난달 17일 오전 대만 남서부 도시 가오슝의 난쯔수출가공구역. 정문을 지나 100m쯤 들어가자 건물 여기저기에 밝게 웃는 해 모양의 마크가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ASE그룹의 상징이다. 한 해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생산기지이자 본부다. 복도 벽면에는 각국 정부와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서들이 즐비했다. '최소 크기로 최대 효과 창출'이라는 표어가 인상적이다.

◆노동집약형에서 고부가형 기술산업으로

ASE의 표어는 패키징 산업의 목표를 가장 잘 압축하고 있다. 각종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집적회로(IC)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08년 231억 달러에서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보여 2012년에는 33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대만.미국.싱가포르 등 패키징 선진국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집적 패키징 등 신기술과 패키징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강남대 김구성 전자공학과 교수는 "노동집약적이었던 특성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ASE코리아 배웅(54) 사장은 "ASE는 이 점에 착안해 기술개발을 했고 3D(3차원) 패키징과 웨이퍼레벨 패키징 구리와이어본드 생산량 등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대만에는 ASE말고도 세계 3위의 패키징업체인 SPIL 5위인 PTI 등이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 10위 기업 중 다섯 개가 포진해 있다. 대만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전 세계 패키징 산업 매출의 48%를 차지한다. 미국(14%).싱가포르(12%).일본(12%) 등이 뒤따르고 있다.

◆산.관.학 연계한 기술개발

이들 국가에서는 패키징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와 학계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혜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과거에는 단순히 IC칩을 결합해 파는 수준으로만 여겨지던 패키징 기술이 이제는 새로운 재료 개발과 테스트는 물론 관련 기기를 만드는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중서부 도시 신쥬에는 이 나라 기업 경쟁력의 산실로 불리는 산업기술연구원(ITRI)이 있다. 1973년 설립된 이곳이 보유한 특허만 1만232개에 달한다. 세계 12위 파운드리업체인 TSMC와 UMC도 ITRI로부터 각각 87년과 80년에 기술을 이전받아 발전했다. ASE 역시 자체 연구 시설을 갖추기 이전에는 ITRI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싱가포르 IME(Institute of Microelectronics)는 통상산업부의 하부 조직으로 기업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술 개발을 의뢰하면 연구개발해 기업에 이전해 준다. 선임 연구원인 바이디아나탄 크리페시는 "기업 자체적으로도 기술 개발이 가능하지만 개발비가 부담되고 시간상 신속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IME가 나서 그 역할을 대신해 준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초첨단전자기술개발기구(ASET) 역시 ITRI.IME와 같은 산.관.학이 연계한 연구조직이다. 특히 이 기구에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96년에 설립돼 히타치.도시바.엘피다 등 32개 기업이 조합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가다 모리히로 3D집적화기술연구부 부장은 "이 기관은 반도체 전공정 기술개발을 위해 설립됐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패키징 기술이 떨어지면 전공정 기술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현재 패키징 기술까지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ASET은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가능성 실험까지 마친 뒤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기술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사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예산은 90% 이상이 정부 지원이다.

◆실용적 마인드 갖춘 정부와 대학

정부의 지원과 학계의 연구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돈을 벌겠다"는 실용적 마인드다.

2005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패키징 전문 회사인 네패스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로부터 진출 당시 2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 회사 기술.경영 담당인 김종헌 부사장은 "싱가포르 당국은 어떤 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접 나서서 러브콜을 하고 인센티브도 많이 준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패키징 산업은 최근 이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네패스는 웨이퍼 상의 칩에 미세한 돌기(범프)를 형성시켜 소형.고집적 패키징을 가능케 하는 기술특허를 갖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법인세 10년 면제 혜택을 받았고 기계와 원재료 구입비 연구개발 및 인건비 등도 30~50%의 지원을 받았다.

■패키징 관련 용어

반도체는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패키징 분야는 특히 낯선 용어가 많이 쓰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패키징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정리했다.

◆전공정=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둥근 판 모양의 웨이퍼 위에 여러 막을 씌운 뒤 파내면서 회로를 만드는 순서로 진행된다.

◆후공정= 만들어진 칩을 패키징하고 측정·검사하는 공정.

◆패키징= 웨이퍼로부터 제작된 칩을 전기적으로 외부와 연결하고, 온·습도 및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겉을 포장하는 작업.

◆3D 패키징= 고집적화를 위해 한 개의 패키지 안에 2개 이상의 칩을 쌓아 올리거나, 완성된 개별 패키지를 쌓아 올리는 패키징 기술.

◆웨이퍼레벨 패키징= 웨이퍼 한 장에 만들어진 여러 개의 칩을 자르지 않고 웨이퍼 상태에서 한꺼번에 패키징한 후 나중에 절단하는 기술. 공정 및 재료를 줄이는 차세대 패키지 기술.

◆SOC(System On Chip)= 메모리와 그래픽·프로세서·음성통화 등 과거 개별 칩으로 만들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모아 만든 칩.

◆SIP(System In Package)= 유사하거나 서로 다른 IC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쌓아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패키지.

◆TSV(Through Silicon Via)= 칩을 위로 쌓는 패키징에서 회로를 칩 밖으로 빼지 않고 칩에 구멍을 뚫어 이를 관통하는 전극을 만들어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

◆무어의 법칙= 하나의 칩에 들어가는 소자의 수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 인텔의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4년 주장한 법칙이다. 이에 비해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소자 집적도가 1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내놓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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