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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침묵은 독이다

양승현/편집국 코디네이터

# 다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받아들이고 이를 사과하기를 꺼려하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부정하기 힘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 떠안게 될 책임도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를 숨긴다든지 그럴싸하게 왜곡하려 한다.

그러나 정보가 훤히 노출되고 정보 전달이 신속한 사회에서 은폐는 불가능하다. 땅속 깊이 숨겨든 행위일지라도 결국엔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십 컨설턴트 중 한 사람인 마셜 골드시미스는 '일 잘하는 당신이 더 성공 못하는 20가지 비밀'이란 저서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엔 변명 핑계 사과하지 않는 것 책임 전가 등이 주요 특성으로 제시됐다. 바꿔 말하면 잘못이 있을 때 변명하지 않고 핑계대지 않고 남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사과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흔히 공직자의 중요 덕목으로 윤리와 도덕이 요구된다. 무슨 행위이든 투명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인이 잘못했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대중은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라 더 힘들지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성희롱 발언' 파문으로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짚어놓고 있는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은폐와 왜곡을 택했다 끝도 모를 파국으로 추락할 위기다.

# 사과하는데엔 '타이밍'도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아니한 만 못하다. 지난해 11월27일 새벽 타이거 우즈가 집앞에서 차 사고를 낸 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사고직전 부부 싸움 불륜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이슈는 더욱 확산됐다. 사고 5일 뒤에야 자신의 웹사이트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숱하게 쏟아진 부정적인 뉴스를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우즈가 공들여 만들어 왔던 '황제 이미지'는 맥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 물론 사과는 진실돼야 한다. 애플사는 '안테나 게이트'로 불린 아이폰4의 수신불량 논쟁을 진화시키는 방법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사과를 택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고 말문을 열고도 변명만 늘었놓다가 애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른 회사 제품들은 안테나에 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한 것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잡스의 사과는 적들만 더 만든 꼴이 돼버렸다.

지금 LA 한인사회가 '국회의원 초청 통일안보정책 강연회'때문에 시끄럽다.

강연회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총영사관 회의실에서 한인 단체장들에게 '강연회 경비'를 부담케 했다는 의혹이다. 자발적 후원일지라도 단체장에 따라서는 '총영사관 안에서의 일'이라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누가 후원을 요청했는지' 그리고 '행사 주최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일부 발뺌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공식 행사 여부 후원금 지출 내역 등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동포사회를 위해 마련됐다는 강연회가 엉뚱한 방향으로 문제화되고 있다. 시인할 것 시인하는 솔직한 대응만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흐지부지한 대응은 더 큰 화만 부를 뿐이다. 그 당사자는 이미 '배 밭에서 갓 끈을 맨' 총영사관이다. 지금 총영사관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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