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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김의 할렘에서 월스트릿까지] <4>리버사이드 교회…평화로운 공짜 전망대

22층 높이 종탑…록펠러 가문 헌금, 장엄한 예배당 인기

성난 록펠러 가문이 기증

버나드칼리지와 맨해튼음대 사이에 난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121스트릿과 리버사이드드라이브에 위치한 리버사이드교회(Riverside Church)가 웅장하게 나타난다. 현재는 특별한 종파 없이 매우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이 교회는 미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장이 되어왔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베트남전 반대 설교를 했고, 넬슨 만델라가 오랜 감옥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왔을 때 처음 방문한 곳이다. 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이 9·11 사태 직후 연설을 했으며, 심지어 미국의 ‘공공의 적’ 피델 카스트로도 이곳을 방문했다.

이 성채 같은 리버사이드교회 전체가 록펠러 가문의 기증품이다. 사실 록펠러 주니어가 리버사이드교회를 짓기 바로 전에 당시 50만달러를 이웃한 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공회대성당에 기부하면서 위원회 자리를 요구했다.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록펠러는 뉴욕의 각종 유력 단체의 핵심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된 성공회가 뉴욕 내 종교단체 가운데 가장 큰 힘을 가졌기에 그는 자신이 그 위원회에 들어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록펠러는 침례교인였던 탓에 대성당 쪽에선 헌금만 감사히 받고는 위원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1922년 파크애브뉴침례교회(Park Avenue Baptist Church)는 성전 신축공사를 하면서 록펠러 가문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록펠러는 괘씸한 세인트 존 디바인 대성당을 굽어볼 수 있는 큰 땅을 샀다. 그리고 13세기에 지어진 프랑스의 한 고딕성당을 모델로 이 장대한 리버사이드교회를 짓고 1930년 기증까지 전 과정을 가뿐히 마쳤다. 기증자 자신과 어머니의 이름도 로비에 박고 말이다.

록펠러를 차버린 성공회 대성당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완공을 못하고 있다. 돈도 모자라는데다 처음부터 돌로 층층이 쌓아올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통 고딕축조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에는 대성당 귀퉁이 부지를 잘라 신규 콘도 부지로 임대하고 말았다. 그런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지금도 조금씩 대성당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록펠러 가문에서 지어 기증한 이 리버사이드교회는 공사 진행이 빠른 강철 빔 구조로 내부가 설계되었다. 게다가 가문의 엄청난 재정 지원 덕분에 착공 후 6년 만에 화려하게 완공될 수 있었다. 1927년 완공 직후 큰 화재가 났지만 역시나 돈의 힘으로 빠르게 수습되었다. 그렇게 1930년 첫 예배를 드린 후 지금도 굳건히 잘 서 있다.

이 안에는 훌륭한 프리스쿨과 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그냥 매점이라 하기엔 매우 멋진 천장을 가진 곳에서 썩 괜찮은 점심도 판다. 이렇듯 억만장자의 마음이 한번 돌아선 결과는 크나큰 지역사회의 축복으로 귀결되니 덕을 보는 나 같은 소시민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교회 종탑 올라가기

리버사이드교회 안은 그 명성에 걸맞게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나 기념품 판매소도 잘 되어 있다. 고딕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장엄한 예배당의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록펠러 주니어가 사다 걸었다는 그림들도 좋다.

하지만 이 교회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가려면 유려한 옛날식 인테리어에 천장에 금별과 십자가가 가득한 근사한 진녹색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20층 꼭대기 버튼을 누르면 미국의 종교 건축물 가운데 가장 높다는 종탑으로 이동한다. 20층은 22층 종탑 바로 아래의 창고로, 바로 위층과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다.

이곳에는 20t부터 약 5kg짜리까지 총 74개의 종이 있다. 통이 큰 록펠러 주니어가 어머니를 기리며 주문한 것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주조된 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이곳은 수리공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전망대 계단이 항상 막혀 있는지라 종 구경을 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대신 한적한 20층 창고 문은 자주 열려 있어서 창문 바깥을 내다보기에 좋다. 평온한 허드슨강 너머 그림 같은 뉴저지와 컬럼비아대의 고풍스러운 청동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훌륭하고 평화로운 공짜 전망대를 즐기다보면, 이전에 20달러 정도를 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록펠러센터 전망대 줄에 갇혀 있던 게 억울해진다.

요즈음 친구들이 놀러 오면 여기 종탑으로 데리고 와서 동네 구경을 한방에 시켜준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인생을 내다보는 혜안이 히드라 촉수만큼이나 자라지 않을까 싶다.

안나 김은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LG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부동산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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