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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in 뉴스] '시한폭탄' 렌트비 갈등…"건물주-테넌트 툭 터놓고 얘기합시다"

실물경기 부진 이어져 분쟁 증가세
한인 케이스 타인종보다 많아 심각
'퇴거' 등 극단적인 대립은 피해야

최근 LA한인타운 내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 양상이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박승철(51)씨가 건물주를 총격 살해-자살한 사건〈본지 7월 19일 A-1면>은 그 갈등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양측의 신경전은 박씨 사건처럼 렌트비를 둘러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경기에 지출을 줄이려 렌트비 인하를 요구하는 세입자와 건물 모기지(대출금)를 내야 하는 건물주의 입장이 한치의 양보 없이 충돌하면서 극한 대립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양측간의 분쟁건수는 이같은 현상이 전반적으로 만연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 분쟁 증가 원인

렌트비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불경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실물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소비심리는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매업체들의 매상은 3년전과 비교해 적게는 20~30%에서부터 절반 이상 감소한 경우가 많다. 호황기 매상의 10~20%에 그치던 렌트비 부담이 20~50%로 늘었다.

이에 따라 렌트비 인하를 요구하는 테넌트들이 많아진 것.

LA한인타운 인근에서 잡화점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인건비 렌트비 등 경상경비는 그대로인데 지난 2~3년간 매상은 30% 이상 줄어 렌트비 내기가 벅찬 상태"라며 "이 때문에 건물주에게 렌트비 인하를 요구했지만 건물주는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한 업소의 렌트비를 내려주면 다른 업소들도 모두 내려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 세금 부담 융자 페이먼트 등으로 내려주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서로간의 입장만 주장하다 보니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법정 분쟁 현황

아태법률재단(APALC)에서 직접 다룬 렌트비 관련 분쟁은 지난해 259건으로 2008년의 240건에 비해 19건이 늘었다. 특히 APALC에 따르면 렌트비 분쟁 케이스 가운데 30% 정도가 한인과 관련돼 다른 인종과 비교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APALC의 렌트비 분쟁 담당인 앤소니 로 변호사는 "지난 달 한인들로부터 10건의 렌트비 분쟁을 접수했다"며 "최근 몇달새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단순 관련 문의의 경우도 지난해 주당 평균 5~7건 정도에서 올해는 7~9건 정도로 늘어났다.

타운내 변호업계들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무실 업체에 문의한 결과 올해 렌트비 소송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분쟁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차제명 변호사 그룹'의 차제명 변호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이 페이먼트를 일부분이라도 내면서 건물주와 협상했지만 올해들어서는 렌트비를 한푼도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건물주는 퇴거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맞서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해결 방안은

렌트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건물주와 테넌트가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현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방안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넌트들이 렌트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렌트비를 일정 기간 동안 조정해주거나 상가를 살리기 위해 건물주가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도움이 된다. 테넌트 입장에서도 무작정 렌트비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건물주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60여개의 아파트 및 상가를 관리하고 있는 아주부동산의 샘 정 사장은 "건물주는 세입자들의 현 상황을 고려해서 렌트비를 일시적으로 조정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고 세입자는 건물주 사정이 본인 보다 낫다고만 생각 말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렌트비를 조정해야 한다"며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서로 한발씩 물러서 현명하게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인프로퍼티서비스의 마이크 이 사장 역시 "건물주는 렌트비 조정이 어려우면 건물 재산세 보험료 청소비 엘리베이터 등 건물 공동시설 사용 및 관리비용인 캠차지를 인하해 주는 등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며 세입자 역시 최대한 비용 절감을 통해 렌트비를 맞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서상의 갑 을 관계를 떠나 양측 모두 '을'의 입장에서 대화로 합리적인 '윈-윈' 해결법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차제명 변호사는 "세입자 입장에선 '함께 살자'고 합리적으로 건물주를 설득해야 한다"며 "건물주도 퇴거명령에 드는 비용이나 새 입주자를 받아들이는 시간 등 현실적인 약점을 감안하면 협상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도 마찰 심화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갈등은 비단 상업용 빌딩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최근 LA한인타운내 아파트에서도 입주자와 관리업체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관리업체측은 렌트비 납부가 하루만 늦어져도 문 앞에 벌금 통지서를 붙이고 까다로운 디파짓 규정을 적용하는 등 관리 잣대를 크게 강화시켰다. 이 때문에 입주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모(32)씨는 관리사무실과의 갈등 때문에 지난 5년간 살아온 한인타운내 아파트에서 이사를 결심했다.

오씨는 "연초부터 렌트비가 하루만 늦어도 벌금 통지서를 보내는 등 마치 당장이라도 도망갈 사람처럼 독촉하는데 화가 났다"고 말했다.

타운내 6가의 한 아파트에 살다가 최근 한인타운 외곽으로 이사한 권모(31)씨는 디파짓 때문에 관리업체와 언성을 높여야 했다. 입주시 냈던 800달러의 아파트 디파짓중 고작 29.57달러만 돌려받았던 것.

권씨는 "집에 손상된 부분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건물주 측이 너무 깐깐하게 나오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관리업체들은 건물주의 지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앞세우고 있다.

한 아파트의 경우 얼마전 3가정이 야반도주까지 했다.

타운 내 라파옛트 선상의 아파트 관계자는 "렌트비가 장기간 밀리면 아예 달아나기도 해 건물주 입장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파짓 또한 청소 비용이나 아파트 관리 비용이 올라서 엄격한 비용청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측도 디파짓으로 이익을 남기려는 게 아니다"며 "청소 및 보수공사 등 하청업체들의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구현.문진호.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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