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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카리타스 불우이웃돕기] 오징어 먹물 '빠에야'

마당 가득 봄이 찾아오던 그날, 우린 떨리는 가슴으로 밤 새 잠을 설치고 산골짜기 태양이 비추기도 전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전국장애인요리경연대회’ 이번이 두 번째 출전인데 긴장은 하늘만큼 땅만큼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범용씨, 명순씨, 미지씨가 이번 대회 출전 요리사들입니다. 우린 차에 오르자 기도를 하고 서로의 긴장을 숨기려고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 후 “떨리니?” 하고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요~~”하며 강하게 부정하는 친구들을 보며 전 더욱 떨려왔습니다. 그래도 태연한척 각자 맡은 요리 순서를 외워 보라고 하며 창밖으로 밀려드는 노란 개나리 꽃잎에 요리 연습하던 때를 회상하며 살짝 미소를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작업장에서 일하고 지친 몸을 쉬지도 않고 요리 연습한다고 내방으로 달려오던 그들, 요리재료 준비에 내가 소홀한 것 같은지 점심 먹으러 와서는 “허브사오셨어요? 오징어먹물 사오셨어요?…” 하며 요리재료 챙기던 범용씨, 파를 채 썰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저 잘 썰었죠? 하던 명순씨, 밤에 잠 안자고 순서 외웠다며 야채 씻고 과일 씻고 새우 손질하고 그리고 뭐더라 하던 미지씨…

네 번 다섯 번 연습횟수가 늘어도 제 자리 걸음일 때는 포기하고 싶어 인상 찌푸리면 금방 눈치 채고 씨~익 웃으며 파이팅 하고 꼭 대상 타겠다고 큰소리치며, 검은 먹물 밥을 매일 먹으면서도 바닥까지 박박 긁어 먹던 그들, 이런 우리가 안쓰럽다고 저녁밥 챙겨주며 기운 살려주던 주방식구들, 간호사선생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맛이 없어도 잘했다고 칭찬하며 용기 넣어주시고 마음써주신 수녀님…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준비기간 이였습니다.

4월 17일 전국장애인요리대회. 징소리와 함께 시작종이 울리고 전국에서 출전한 20개 팀은 각자의 요리 실력을 보이는 대회장 안에서 진지하게 그동안 연습한 요리들을 열심히 조리 하였습니다. 대회장 문 밖에서 서성이며 우리 세 명의 요리사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아닌 부모 마음으로…. 그러다 범용씨의 눈이 나를 응시하기에 마무리 신호를 주었습니다. 자신 있게 해낸 그 눈빛이 아직도 내 가슴에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비록 대상은 아니지만 다른 팀의 요리보다 몇 백배 맛있고 더 빛나는 ‘오징어 먹물 빠에야’를 만들어준 우리 친구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의 성격이 모자라서 아직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 글을 통해서 꼭 안아주려 합니다.

최윤숙 미카엘라 장주기 재활원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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