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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기온도 오르고 짜증도 나고…더위 날릴 '공포', 공포를 말하다

이제야 캘리포니아 여름 날씨다워진다. 슬슬 기온이 올라간다. 축축 늘어지고 그래서 슬슬 짜증이 난다.

시원한 바닷 바람 쌩쌩 틀어 놓은 에어컨 이가 시릴 만큼 차가운 아이스 커피 얼음 동동 물냉면 한 그릇….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극약 처방이다. 공포.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영화도 좋고 어둑한 방 안에 들어 앉아 뒤적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공포만화도 좋다. 스릴도 괜찮다. 아슬아슬 높은 데 올라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협곡을 건너도 괜찮고 번지 점프나 스카이 다이빙을 해 봐도 괜찮다. 어차피 모골이 송연해지긴 마찬가지일테니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왜 '여름'과 '공포'는 한 세트가 된 것일까. 왜 사람은 공포를 통해 더위를 잊는 것일까. 어떻게 공포는 일종의 쾌감이 되는 것일까.

공포를 느끼면 몸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추위를 느낄 때와 비슷한 신체반응이다. 전문의들은 공포를 느끼면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피부혈관이 수축되고 근육 수축으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추위를 느낄 때 온도 조절을 위한 뇌작용과 다를 바가 없는 시스템이다.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식은 땀도 흐르게 되는데 이에 따라 공포 체험 후 상대적으로 시원함 서늘함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직접 몸으로 공포를 체험하는 놀이기구를 탈 때는 물론 공포영화 등 시청각적인 자극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포 피서법'은 '인체의 신비'에 근거한 매우 효과적인 여름나기란 뜻이다.

공포의 피서효과는 순간적으로 몰려드는 고강도의 스트레스가 다른 일상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임상심리 상담가 장수경 박사는 "공포 영화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면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이 급격히 분비되는데 이를 통해 짜릿한 각성 효과는 물론 더위 등 다른 짜증과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고 설명한다.

장 박사는 "극단적인 공포 체험을 하고 나면 일상의 작은 어려움들이 사소하게 느껴져 오히려 담대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 엘리자베스 김 원장은 공포 체험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느끼려 매운 음식을 찾는 심리와도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업되는 느낌 하이퍼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공포와 긴장을 통해 몸과 마음이 자극에 과도하게 집중(over-focused)하면서 현실의 어려움도 잊게 되는데다 급격히 생긴 공포감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 느끼는 안도감도 큽니다. 비명을 지르는 행위도 '스트레스 릴리즈' 효과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고도의 스트레스-아드레날린 분비-각성효과-안도감'의 사이클을 거치면서 공포는 스트레스를 배설하고 쾌감을 남긴다.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공포의 메카니즘이다.

이 여름 공포는 두려움으로 몰려와 청량한 쾌감으로 터진다. 그것도 아주 과학적으로. 더위와 일상에 짜증이 난다면… 과감히 공포의 검은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눈과 귀와 마음을 맡기는 순간 공포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공포지수 계산 이렇게
공포지수 = (음향효과+미지의 인물+추격신+함정에 빠진 느낌)²+충격+(현실감+환상)/2+(고립감+어둠+고립된 장소)/등장인물수+유혈-진부한 캐릭터


공포도 계산할 수 있을까? 영국의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팀은 최근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공포의 강도를 계산하는 '공포지수' 공식을 내놓았다.

패턴 분석을 통해 도출한 이 공식은 '서스펜스'와 '리얼리티' '잔혹함'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서스펜스는 음향효과와 미지의 인물 추격신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 등으로 구성되는데 공포 효과를 내는 역할이 높아 제곱치를 낸다. 리얼리티는 두 번째로 중요해 현실감과 환상의 평균값을 낸다. 잔혹성은 공포 기여도가 가장 낮다. 고립감과 어둠 고립된 장소 등의 요소를 더한 뒤 이를 등장인물의 수로 나눈 후 유혈낭자한 장면을 더한다. 진부한 캐릭터는 감점 요소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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