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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불교의 발상지 인도…신자는 어디에?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불교가 처음 인도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인도 사람들 가운데 불교도는 거의 없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아주 없지는 않다. 달라이라마의 지도 아래 티베트에서 넘어온 망명 정부도 다름살라에 자리를 잡고 있고 본토박이 신자들도 800만 명 가량 된다. 하지만 11억이 넘는 인구 대국에다 그 종교의 발상지에서 이 정도 뿐이라니 없는 거나 비슷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크고 길게 보면 세상사 덧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게 바뀐다. 산천초목도 민족도 인종도 다 바뀐다. 종교라고 결국 안 바뀔 재간이 있으랴. 이 세상 삼라만상은 어떤 계기와 인연으로 생겨나 어느 정도 머물다 부서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허물어져 텅 비고 만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진리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우리 마음이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 가닥 문득 일어난 생각은 한 동안 머물다 옅어져 가고 이윽고 사라진다. 생주이멸(生住離滅)이다.

그건 그렇더라도 그다지도 번성하던 인도 불교는 왜 자신의 땅에서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던가? 아무리 성주괴공이라지만 순환 주기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인도 불교는 기원전 3세기경 아쇼카 왕이라는 전륜성왕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대학만 해도 그렇다. 세계 최초의 종합대학이 어딘지 아시는가? 영국의 켐브릿지나 옥스포드? 아니면 이탈리아의 불로냐 대학? 설마 미국의 하바드나 예일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카이로의 어느 이슬람 대학인가? 고구려 때 세웠다는 태학에까지 연줄이 닿는다는 서울의 성균관대학이 후보에 드는가?



지금은 사라진 인도의 나란타 대학이 세계 최초의 종합대학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기원전 5세기에 시작되어 무려 1600여 년 동안이나 이어오다 1119년 이슬람의 침입으로 잿더미가 된 후 다시는 복구 되지 못했다. 항상 1만여 명의 학승들이 기거하며 날마다 100여 개의 강좌가 열렸다. 불교 경전과 베다 의술 음악 등 온갖 학문이 연구 되었다. 신라의 혜초 스님도 여기서 공부하려고 먼 길을 떠나왔으나 막상 도착해 보니 대학은 이미 폐허가 되어 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렇듯 인도 불교는 이미 8~9세기에 가서 쇠퇴하기 시작하더니 13세기경에는 인도에서는 실질적으로 사라지고 만다. 직접적인 이유는 7세기경 힌두교가 부흥하면서 불교를 박해하였고 불교는 이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교를 억누르는 한 편 부처님을 힌두 신 비시누의 한 나툼으로 둔갑시키는 등 정신적인 기반을 비틀더니 불교를 아예 한 입에 삼켜 힌두교의 한 귀퉁이로 삼고 말았다.

두 번째의 결정타는 이슬람이다. 11세기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이들의 침공으로 불교 사원이나 경전은 죄다 불타 버렸고 승려들은 이웃나라나 남인도 등지로 흩어졌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다는 아니다. 본질적이면서 더 큰 내적 이유는 그 당시 불교가 어느새 일반 서민에게서는 멀어진 전문 승려만을 위한 종교로 변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몇 차례 강한 외부 충격으로 종교의 머리가 무너지자 아랫도리마저 움직이지를 않아 그 자리에서 당하고 말았다. 상층부를 업고 뛰어 위난을 피한 후 때를 보아 다시 싹을 틔우고 북을 줄 풀뿌리 민중을 길러 놓지 못한 것이다.

한국 불교 미국 불교 다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민중의 바다 재가 불자들의 두터운 흙살 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조만간 되풀이 될 수 있는 이야기요 우리 운명의 반면교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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