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포르노 사업…입체 영상으로 승부
허슬러 '아바타 패러디' 3D 포르노 제작현장을 가다
"인터넷 무료 포르노와 콘텐츠 달리하며 경쟁
소형 3D 캠코더 나오면 3D TV도 대중화 될 것"
말이 끝나자 마자 다른 여배우가 들어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위도. 아래도. 기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노이즈 마케팅
분장실 다른 한 쪽으로 남자 주인공역을 맡은 에릭 스미스가 걸어 갔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담담하게 하체를 가리고 있던 속옷을 벗었다. 경기침체는 포르노 업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통상 주연 배우들은 하루 촬영에 1000달러를 벌었지만 지금은 700달러에도 기꺼이 옷을 벗는다. 보조 배우들은 일당 400달러 그나마 남자 배우들은 100달러 정도 수입이 적다.
분장사가 주요 부위를 제외한 온 몸에 파란 스프레이를 뿌렸다. '아바타'로 분장하기 위해서다.
허슬러의 첫 3D 포르노 영화로 기록될 이번 작품은 3D 돌풍을 가져 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패러디한 포르노다. 패러디는 원작의 엄숙함을 조롱한다.
영화 아바타 결말의 20년 후. 나비족은 더 이상 평화를 사랑하는 부족이 아니다. 성적욕망을 지속하기 위해 비아그라-태니움이라는 푸른 광석을 캐고 인간은 나비족의 성 노예로 전락했다는 스토리다.
기자가 물었다. "제임스 캐머런은 알고 있나요. 자신의 작품이 포르노로 제작되고 있는데요."
허슬러의 제작감독인 롭 스미스가 나섰다. "모를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패러디 법을 세심하게 검토했어요. 물론 캐머런이 소송을 할 수도 있지요."
소송이라도 걸리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화로 승부
일반 영화에 비해 3D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 포르노 영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반 포르노의 편당 제작비는 2만5000달러 수준. 3D 촬영은 장비 대여료가 비싸 제작비가 2배 이상 든다. 허슬러는 '모험'을 택했다. 이번 촬영엔 배우가 12명 엑스트라가 10명이나 동원된다. 그야말로 대작 포르노다. 허슬러가 승부를 거는 이유는 있다.
인터넷이 문제다. 인터넷에는 무료 성인물이 범람하고 있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할 때 포르노 산업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무료 콘텐트의 홍수 속에 포르노 업계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롭 스미스 제작감독이 말했다. "포르노도 콘텐트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배우 2명이 소파에서 찍는 무료영상과 무언가 달라야 돈 내고 보지요. 3D 영상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깊이를 느껴야
배우들의 '아바타' 분장이 늦어지면서 촬영이 오후 8시를 넘겨서야 시작됐다. 3D촬영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의 동선도 일반 촬영과 다르다. 숲을 거니는 연기도 한 명은 앞에 다른 한 명은 멀리 뒤로 떨어져 자리를 잡는다. 그래야 3D 영상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새벽 1시. 감독과 배우들이 JVC에서 만든 46인치 3D TV 앞에 모여 연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3D 화면을 보려면 특수 안경을 껴야한다. 기자도 안경을 쓰고 3D TV를 들여다 봤다. 입체감은 있지만 생동감이 크게 떨어졌다. 영상이 눈 앞으로 튀어나오기 보다는 유리상자 속에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자를 자극했던 말초신경들도 무뎌졌다.
#3D의 현재와 미래
사람의 눈은 왼쪽과 오른쪽이 보는 영상이 다르다. 그래서 사물을 3D로 본다. 이번 촬영에 사용된 3D 카메라도 렌즈가 두 개다. 사람의 두 눈 사이 간격만큼 각각의 렌즈를 떨어뜨려 영상을 분리해 촬영한다. 하지만 아직 약점이 있다. 근접촬영이 안된다. 카메라가 피사체 3피트 이내로 들어가면 초점이 흐려져 버린다. 클로즈업으로 바짝 당겨 생생한 표정을 담아야 하는 포르노 촬영에는 보완이 필요하다.
또 기존의 3D 카메라는 부피가 크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다양한 체위변화를 역동적으로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창작감독 드류 로젠펠브가 업계의 희망을 전했다. "파나소닉에서 저가에 소형 3D 캠코더가 나온다고 합니다. 출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가의 가정용 3D 캠코더가 나오면 3D TV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찍은 걸 보고 싶어할테니까.
이용자가 콘텐트를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그렇게 성공했다.
■왜 '밸리' 일까?…할리우드와 가까워 중심지 성장
포르노 산업의 매출 규모는 연간 130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970억 달러다.
폭스 방송의 보수 독설가 글렌 벡의 표현을 빌리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아베이 야후 애플 등의 매출 전체를 합친 것 보다 더 많다.
밸리는 1970년대 부터 포르노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경기 침체 전인 2007년에는 한 해 6000편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정식 등록된 포르노 배우만 1200여명에 달한다.
기자가 물었다. "왜 밸리일까요. 왜 밸리에서 포르노 영화 산업이 성행하는 걸까요."
허슬러의 드류 로젠펠브가 답했다. 그는 이번 촬영의 창작감독을 담당한다. "할리우드 때문입니다. 사람도 장비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업계에서는 포르노 밸리를 할리우드의 마이너리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옆 동네 할리우드가 낳은 사생아라는 설명이다.
■3D 포르노의 역사, 69년 극장용 '스튜어디스' 대박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제작비 2억37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27억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3D 포르노의 성공은 이보다 40년을 앞서간다. 1969년 '스튜어디스'(항공사 승무원)라는 제목의 극장용 3D 포르노 영화가 1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예산의 300배에 가까운 2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물가를 감안하면 2010년 돈 가치로는 1억4100만 달러다.
김기정.진성철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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