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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영묵의 테마가 있는 여행 속으로] 발레는 귀족 전용물 아닌 전통예술

I부 북유럽 여행/역사 속으로
3-2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러시아 -겨울궁전 그리고 음악과 발레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바티칸 궁전과 성 베드로 성당에 가면 입이 딱 벌어질 것 같은 그 웅장함, 미술, 조각 작품 등에 넋이 나가고 너무나 볼 것이 많고 또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만들기 위하여 교황들은 ‘면죄부’라는 희귀한 발상까지 동원하면서 재원을 마련해야 했고 종국에는 그 부작용으로 종교개혁 발생의 한몫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곳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겨울궁전, 여름궁전을 보면 제정 러시아의 멸망의 이유를, 니콜라이 2세를 비롯한 황제 일가족의 비극적 최후 그리고 농노들의 열광 속에서 공산주의의 탄생의 필요성을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궁전에 있다는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에르미타슈 박물관의 내부, 천장의 벽화, 소장품 등 전부가 정말 대단했다. 동행했던 학교 p선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두 그림에 그만 넋을 읽고, 다음날 여름궁전 방문 일정을 빠지고 혼자서 다시 박물관을 가버렸다. “내가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온 이유가 바로 이곳 미술품 때문이었어” 하면서 말이다.

나는 바티칸 궁전에서 방문객들이 하도 많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그대로 베껴서 그린 천장 그림을 오히려 이곳에서 제대로 감상하는 즐거움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미술, 조각품 보다는 역시 ‘발레’였다.

본래 제정 러시아 시대, 황실이나 귀족들은 그들의 문화 뿌리를 프랑스에 두었고,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프랑스 황실 전속 무용수들이 갈 곳이 없어지자, 그들을 환영하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후 러시아 황실이나 귀족들은 얼굴의 크기, 몸매에서 그들의 슬라브족의 무용수들이 프랑스 무희보다 더 아름답고 동작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무용들이 차츰 러시아화되고 정리되어 현재의 ‘발레’를 낳았다 한다.

그리고 혁명 후 소련의 위정자들이 황제의 궁이나 공작, 백작 같은 귀족의 궁전에 노동자와 농민들을 불러들여 ‘발레’는 귀족의 전용이 아니라 우리 전부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정치 선전을 하였다. 그 덕분에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전통예술로 자리매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와서 발레를 보겠다는 그러한 나의 꿈이라 할 키로프(현지 마리인스키)의 발레 구경은 불행하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휴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랄까, 건너편 미하일롭스키 극장에서 미하일롭스키 클래식 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를 공연해, 그것을 감상하는 행운을 가졌다.

스파르타쿠스는 40여 년 전 카크라글라스와 진시몬스가 주연했던 ‘스파르타’라는 영화의 내용을 발레화한 것이다. 로마시대 노예 검투사들이 일으킨 반란과 사랑이야기로 실제 역사상 있었던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여성 프리마돈나의 황홀하고, 아름다움이라는 일상의 발레에서 힘찬 남자 무용수들의 힘을 쏟아내는 또 다른 맛을 함께 보여주는 발레로 아주 감명 깊게 감상했다.

사실 러시아에서 스탈린 같은 소련시대 독재자들의 동상은 다 없앴으나, 레닌과 칼 막스의 동상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직도 러시아인들의 정서는 소련의 독재자들이 정치를 잘못한 것이지, 칼 막스나 레닌의 공산주의 이념은 순수하며 이상향이란 생각이 남아있다. 그리고 노예 검투사들의 반란 사건을 소재로 한 발레극은 오늘날에도 그들의 정서에 공감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발레를 감상하기 전 오전에 방문했던 ‘여름궁전’은 꽃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나의 집사람이 가장 즐긴 곳인 것 같다. 헛발을 디뎌서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기 바빴다. 정말 대단했다. 일반 골프장 20개의 넓이에 아름다운 분수와 발트해만 쳐다보기에도 바쁠 지경이었다.

나는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머무는 동안 궁전 같은 백작의 대저택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저녁식사도 했고, 엘바강에 보트를 타며 그들의 민속춤과 민요를 감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졸스키,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등 자랑스러운 작곡가를 낳은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내가 너무 기대를 했었던가. 그러한 것들에 나는 별로 감명을 받지 못했다.

나는 언제가 다시 와 낮에는 에르미타슈 박물관, 저녁에는 최상급의 음악회 그리고 발레를 보리라고 다짐하면서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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