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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개인의 표현, 사회의 소통”…회화판화→디지털·미디어→뉴폼으로 진화

이대·RISD·프랫대서 석사학위 받은 전보경씨…7월 2∼16일 리버사이드갤러리서 전시회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사회적인 이슈를 등한시한 것 같았지요. 그래서 뒤집어서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프로비던스, 그리고 뉴욕까지 3개 도시의 대학교에서 12년간 미술을 공부하며 석사학위만 세개를 취득한 미술가. 전보경(32·사진)는 지난 2일부터 뉴저지 해켄색의 리버사이드갤러리에서 3인전을 열고 있다.

전씨는 미술의 역사처럼 개인적으로 진화한 화가다. 회화와 판화에서 디지털과 미디어, 그리고 뉴 폼(New Form)이라는 새로운 장르까지 섭렵하며 석사학위를 세개 받았다. 패스트푸드와 개념미술이 팽배한 현대 미술의 풍토에서 전씨의 ‘슬로 모드(slow mode)’는 주목을 끈다.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의 꿈을 키운 전씨는 서울예고에 갔고, 이화여대 회화판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다녔다. 전씨와 그림의 씨름은 이전투구였다.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원 첫 학기 때 갑자기 제 그림이 싫어져 두터운 매티에르를 스퀴즈로 마구 긁어내렸지요.”

캔버스를 이탈한 물감이 작업실 바닥에 덕지덕지 붙어지며 전씨의 살풀이는 끝났다. 공부하는 화가로서 챕터1을 마친 것. 잭슨 폴락이 그림에 열등감을 느낀 후 액션 페인팅을 시작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졸업 후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해서 변화하는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서 미국에 왔지요.”

조용한 학구도시 프로비던스의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대학원에서 디지털과 미디어를 전공하던 전씨는 여전히 자신이 느끼는 풍경과 기억, 다분히 감수성에 천착한 작업을 지속했다. 그러던 어느날 교수의 질책이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여기서 말하고자하는 주제가 뭐니? 도대체 너 이야기 밖에 없지 않니!” 교수의 한 마디에 충격을 받은 전씨는 졸업과 함께 챕터2를 마감하고 뉴욕으로 왔다.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뉴 폼’을 전공하며 브루클린 거주자가 된 전씨는 다민족과 교류하며 오감의 안테나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에서 빈곤, 전쟁, 그리고 여성문제까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촉수가 예민해졌다. 캔버스나 컴퓨터와 씨름하는 미술가에서 퍼포먼스까지 수용하며 미술가로서 범주도 확장했다.

자식을 입양시킨 한인여성 6명의 고백을 6개의 배겟잇에 수놓은 작품,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검색해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아프가니스탄’‘북한’‘이라크’ 등을 15개의 당구공에 새겨넣은 작품도 나왔다. 브루클린 머틀애브뉴의 이민자 15명을 인터뷰한 프로젝트까지 진행했다.

불경기가 회오리 바람을 치던 지난해 2월, 전씨의 학원강사, 펀드매니저 친구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하루는 자신이 그린 ‘인생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아요(Life is not Easy for Any of Us)’를 들고 2시간 동안 월스트릿 인근을 보행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림이 갤러리 벽에 걸려있으면 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크릴릭 페인팅을 직접 들고 걷고 싶었어요.”

보행자들은 ‘뭘 하느냐? 사진을 함께 찍어도 되느냐’에서 ‘나도 공감한다’ 등 전씨에게 말을 걸어왔다. 리버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당시 퍼포먼스 때 썼던 ‘메시지 그림’과 다큐멘터리 사진 10점도 선보인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우리’가 아니라 ‘나만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세상 사람들과 공감대를 갖고 싶어요. 결국 미술은 개인의 표현이자 사회와의 소통이니까요."

지난 5월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뉴 폼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전씨는 챕터3을 마감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 색깔을 찾아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전시일정: 7월 2∼16일. ▶리버사이드갤러리: 1 Riverside Square #201. 201-488-3005.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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