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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광복군 비행장교 1호' 박희성 유해 고국 품으로"

로마노 김씨, 봉환 앞장…일왕 나무 그늘서 '구국의 혼' 신음
현재 LA 일본인 묘역 안장…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신청

"일왕이 심은 나무 그늘에 잠든 독립운동가를 고국으로 모시자."

오렌지카운티 한인이 일본인들의 묘역에 잠들어 있는 '광복군 비행장교 1호' 박희성(작은 사진)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어 화제다.

가든그로브에 거주하는 로마노 김(55)씨가 그 주인공.

김 씨는 올해로 15년째 각종 사건 사고로 숨진 한인들의 묘지를 방문해 영혼을 위로하고 무연고자 묘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통해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김 씨가 박희성 유해 봉환 사업에 나서게 된 데는 지난 해 4월13일부터 LA 중앙일보에 연재된 '임정의 전투비행학교' 시리즈가 계기가 됐다.

프리랜서 언론인 한우성씨는 지난 2008년 이후 1년 여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이하 임정)가 1920년 2월 북가주 농촌의 소도시 윌로우스(Willows)에 설립한 전투비행학교를 집중취재해 그 존재를 알렸다.

한 씨는 그 결과물을 중앙일보에 시리즈로 연재하는 과정에서 박희성의 생애를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1896년 황해도 태생인 박희성은 연희전문학교 재학 중이던 1918년 독립전쟁을 목적으로 조종사가 되기 위해 미국에 도착 1920년 오늘날 한국 공군사관학교의 모태인 전투비행학교에 입교했다.

뛰어난 조종술로 촉망받던 박희성은 이듬해 7월 2차례의 시험을 통해 국제항공연맹으로부터 조종사 자격증을 받았고 임시정부는 그를 이용근과 함께 비행병 참위(오늘날의 소위)로 임명했다. 광복군 최초의 비행장교가 됐지만 박희성은 1차 비행 시험에서 추락사고로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 1937년 LA에서 병사했다.

41세의 나이에 미혼으로 요절한 박희성은 현재 일본계가 다수 안장돼 있는 이스트 LA의 에버그린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이 묘지는 아키히토 일왕이 왕세자 시절이던 1953년 LA를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일본계 사망자들을 위한 위령탑도 세운 곳이다.

박희성의 묘지는 이 기념식수 위령탑으로부터 불과 33피트 거리에 있다.

김 씨는 "지난 4월에 묘지를 직접 찾아 갔는데 박 선생 묘 뒤로 일본계들의 묘비가 수두룩했다"며 "한국 국립묘지에서 영면하셔야 할 분이 엉뚱한 곳에 너무 오랫 동안 잠들어 계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중순 유해 봉환을 청원하는 편지를 작성 자신이 촬영한 박희성의 묘 사진과 함께 청와대 비서실 백범 김구 선생의 아들로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김신 백범 김구 기념관장 국가보훈처에 각각 발송했다.

공군 267기로 군 복무를 마친 김씨는 "내가 나설 일인가라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공군 후배인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는 생각으로 유해 봉환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국가보훈처로부터 답신을 받았다.

6월4일자로 작성된 답신에 따르면 해외안장 선열 유해 봉환은 독립유공자로 포상받은 이에게만 부여하는 관계 규정으로 인해 김 씨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보훈처 김순애 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외에 안장된 애국선열 유해는 유족이 봉환을 희망할 경우 현지 묘소관리 실태 등을 파악해 국내 유해봉환을 추진하며 박희성 선생은 현재 독립유공자 미포상자이므로 유해 봉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해 봉환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광복회장을 지낸 김우전 한국광복군동지회 고문이 박희성의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서를 보훈처에 제출해 놓았기 때문이다.

김 고문은 비록 독립전쟁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박희성 같은 이들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포상을 청원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희성 선생이 올해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대상에 올라 있고 심의 결과는 광복절인 8월15일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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