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 총기허용과 솔로몬의 지혜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1871년 설립된 NRA는 미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비영리 압력단체 중 하나다. 연방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압력단체 영향력 조사에서 매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이 막강한 힘을 행사하다 보니 대통령 선거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당선에 한몫을 했다.
총기소유를 반대했던 앨 고어를 낙선시키기 위해 NRA가 일제히 총을 빼어 든 것이다. 당시 총기를 갖고 있던 유권자들의 61%가 부시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36%에 그친 고어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8일 총기소유가 헌법이 보장한 개개인의 고유 권한이라고 판결하면서 연방정부만이 아니라 주정부와 지방정부도 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와 중도성향 대법관 5명의 찬성과 진보성향 대법관 4명의 반대로 시카고시가 28년동안 유지해 온 총기보유 금지법이 위헌판결을 받음에 따라 총기소유의 합법적 권한이 모든 주와 도시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에 앞서 전문가들은 수정헌법이 보장하고 NRA의 로비가 강력해 대법원도 소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결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총기규제에 대한 입법과 논의가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걸림돌이 됐던 것은 수정헌법 2조였다.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2조에는 '잘 훈련된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전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수정헌법이 총기를 '민병'과 같은 집단에 허용한 것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허용한 것인가에 따라 개인소유 여부가 결정된다. 이제까지 '민병'도 '국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연방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개인의 총기소유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수정헌법 외에 미국인들이 총기에 대한 인식도 개인소유를 옹호해 왔다. 총기를 살상용 무기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수단으로 생각한 것이다. 자위적인 방어를 위해 총기 소유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방법무부는 현재 미국 내에 2억7500만정의 총을 개인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인구비례에 따른 총기 소유율에서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도 높다. 또한 2005년 통계를 보면 1만100건의 살인사건이 총기에 의해 발생했다.
현재도 총기 허용으로 범죄율이 늘지는 않는다는 주장과 총기가 미국을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찰턴 헤스턴은 "싸늘하게 시체가 된 나의 손에서만 총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말로 총기소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 반면 범죄정책 연구센터의 크리스턴 랜드 디렉터는 "총기 허용은 로비단체와 생산업체에만 이익을 줄 뿐 총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총기소유를 놓고 다시 힘겨루기는 시작됐지만 명확한 해결책은 없다.
한 아이를 놓고 두명의 여인이 서로의 자식임을 주장했을 때 명 판결을 내렸던 솔로몬 왕.
풀리지 않은 현안들이 미국에 산재해 있지만 총기허용 논란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솔로몬의 명석한 지혜가 필요한 문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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