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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백만 송이 장미' 꽃이 피려면

미움없이 사랑하는 하느님 마음 닮아야

#풍경1 : 얼마 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었죠. 서울교구장인 김근상 주교의 '사제서품 30주년 및 주교서품 2주년 기념예배'가 열렸습니다. 행사 도중 사제와 교인이 함께 축가를 불렀습니다. 참석자들은 거룩한 성가나 성악을 부르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라이브로 성당에 울려 퍼진 노래는 '백만 송이 장미'였습니다. 러시아 원곡에 가수 심수봉씨가 우리말 가사를 붙인 노래죠.

궁금했습니다. 왜 엄숙한 예배에 트로트 노래를 불렀을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근상 주교는 뜻밖의 말을 하더군요. "그 노래를 자세히 음미해보지 않았군요"라며 '백만 송이 장미'의 첫 노래 소절을 읊었죠. '먼 옛날 어느 별에서/내가 세상에 나올 때/사랑을 주고 오라는/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그 말끝에 한 마디 던지더군요. "이건 완전히 예수님이잖아요!"

#풍경2 : 간담회가 끝난 뒤 집에 가서 그 노래를 찾았습니다. 가사를 음미하며 천천히 들었죠.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백만 송이 피어오라는/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가사를 곱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나더군요. 그만큼 울림이 컸던 거죠.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예수가 세상에 왔느냐?"고 말입니다. 이 노래는 그 물음에 답을 합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 꽃은 각별한 꽃입니다. 봄이 왔다고 여름이 왔다고 그저 피는 꽃이 아닙니다. 왜일까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이니까요. 그래도 좀 애매모호하네요. 진실한 사랑이라니 대체 어떤 게 진실한 사랑일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간절하고 비극적인 사랑이 진실한 사랑일까요? 아니면 춘향과 이몽룡처럼 신분과 고난을 뛰어넘는 사랑이 진실한 사랑일까요?

우리는 헷갈리죠. 그리고 혼동하죠. 사랑과 집착 집착과 사랑을 말입니다. 혹자는 아예 '사랑=집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랑은 움켜쥐는 걸 좋아하고 놓치는 걸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늘 기쁨의 바퀴와 두려움의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죠.

그런 바퀴에서는 꽃이 피질 않습니다. 그럼 꽃은 언제 필까요? '백만 송이 장미'를 다시 들어보세요.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예수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마태복음 5장 44~45절) 그때 꽃이 핀다는 거죠.

아하 그렇군요. 이제야 알겠네요. 왜 미워하는 마음 없이 사랑을 줄 때 꽃이 피는지 말이죠. 그게 하느님(하나님)의 마음이군요. 그래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거군요. 하느님의 마음을 닮으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꽃이 한 송이 두 송이가 아니라 백만 송이인 거군요. 햇빛을 받고 피어나는 꽃이 어디 한두 송이겠어요? 백만 송이 천만 송이 일억 송이도 넘겠죠. 이쯤 되면 사람들의 반박이 날아옵니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하느님의 마음이 되겠어? 그게 안되니까 우리가 인간이지."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성경을 읽고 날마다 기도를 하고 회개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나의 마음을 허물고 하느님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죠. 그래서 예수께서 악인도 선인도 사랑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말씀하신 거죠. 그 이정표를 보고 그 길로 가라고요. 왜냐고요? 그때 꽃이 피기 때문이죠.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말입니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이 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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