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심판만 못 보면 골도 노골…어이없는 '오심 월드컵'
잇단 판정 미스, 승부엔 결정적
동점골 인정 안 된 잉글랜드 대패
한국, 아르헨·우루과이전서 피해
FIFA "판정에 언급 않겠다" 뒷짐
오심 번복 안 되고 처벌도 약해
남아공 월드컵이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오심에 관련국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단판승부로 진행되는 16강전부터는 주심의 결정적 판정 하나에 승부가 뒤바뀔 수가 있다. 오심이 대회의 성공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빈발하는 오심= 27일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에서 전반 38분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의 로빙슛이 논란이 되고 있다.
크로스바를 맞고 골대 안으로 명백히 들어갔다 튀어나왔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두 골을 내준 뒤 만회골을 터뜨리며 맹렬히 추격전을 펼치던 잉글랜드의 좌절감은 컸다. 동점골을 날려버린 잉글랜드는 결국 1-4로 대패했다. 16강전 최고의 명승부가 오심으로 얼룩지는 순간이었다.
잉글랜드 프랭크 램파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뒤로 떨어지는 순간.
TV 리플레이 화면이나 사진상으로 골대 안쪽으로 들어간 게 확실했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추격전을 펴던 잉글랜드 상승세가 확 꺾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열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16강전에서도 오심이 나왔다. 전반 26분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테베스가 리오넬 메시의 패스를 받아 선제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메시의 발에서 공이 떠날 때 테베스가 이미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하지만 골은 그대로 인정됐다. 멕시코는 전반 중반까지 아르헨티나를 맞아 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골로 경기 흐름은 아르헨티나로 넘어갔고 멕시코는 1-3으로 졌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중반부터 오심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미국은 슬로베니아전에서 한 골을 도둑맞았다. 2-2 상황에서 경기종료 직전 모리스 에두의 결승골이 터졌다. 하지만 주심은 공격자 반칙을 선언해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완전한 오심이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곤잘로 이과인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1-2로 쫓아가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실점이었다. 나중에 해당 부심이 이를 시인하고 한국 심판에게 사과까지 한 사건이다.
◆귀 닫은 FIFA= 국제축구연맹(FIFA)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주심의 판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FIFA는 주심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기술 도입에 부정적이다. 지난 3월 골라인 지역 감시장비 설치 논의를 백지화했다. 당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비디오 판독기술 도입은 비용이 많이 들고 경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
또 비디오를 판독할 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 새로운 논란 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도입 주장을 일축했다. 오심 심판에 대한 처벌 강도도 낮다. 그래서 월드컵에 나서는 심판들의 면면은 대회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다. 새 심판으로 자주 교체할 경우 FIFA 내부의 떳떳지 못한 정보가 밖으로 샐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비리의 온상이라 지적받고 있는 FIFA의 마피아적 조직 행태가 무더기 오심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32대의 초정밀 중계 카메라가 심판들이 볼 수 없는 위치의 반칙까지 집어내고 있다는 점도 오심 사례가 늘어난 원인이다.
◆축구에만 없는 비디오 판정=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는 비디오 판정이 자리를 잡는 추세다. 테니스는 국제 대회에서 '호크 아이(hawk eye)'라는 비디오 판정 시스템을 운용한다. 시속 200㎞가 넘는 서비스의 아웃-세이프를 곧바로 판정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도 지난해부터 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홈런-파울 여부를 비디오 판독을 통해 현장에서 결정한다.
한국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비디오 판정을 통해 불필요한 시비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비디오 판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기장 전광판에 상영되고 있는 경기 장면도 모호한 상황에서는 리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또 심판이 한 번 판정한 것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명백한 오심이라고 하더라도 번복되지 않는다.
요하네스버그=장치혁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