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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태극전사" 그대들 있어 행복했다

비와 땀과 눈물의 90분…8강 진출 아쉽게 막내려

이틀이 지나도 아쉽다. 믿기지도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26일 아침 우루과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 문턱에서 물러서야 했다.

빗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몰아쳤던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을 똑똑히 목격했기에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돌아보면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다.

캡틴 박지성은 전세계 한인들이 숨이 넘어갈 때마다 '산소'를 공급했다. 2골을 넣은 이청용이 하늘로 승천할 때는 우리도 함께 날았다. '또 다른 용' 기성용의 정교한 킥과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2골 합작 드라마에 전율했다. 축구 천재 박주영의 그림 같은 프리킥은 가슴에 '콱' 박혔다. 이영표의 영리한 수비에는 역시라는 찬사가 저절로 나왔다.

아직은 미완인 왼발의 달인 염기훈 박지성의 냄새를 짙게 풍긴 김재성 연봉 95만원의 김정우도 함께 땀 흘렸다. 돌파하는 로봇 차두리가 끝내 쏟아낸 눈물은 우리 모두의 눈물이었다.

월드컵 중 아빠가 된 골키퍼 정성룡은 든든한 최후의 수비수로 우뚝섰다. 1분 밖에 뛰지 못한 김동진은 동료들을 배려했다.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한 안정환 이운재 두 맏형과 김영광 김형일 강민수 김보경 이승렬도 23개 톱니바퀴중 하나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끝내 피어나지 못한' 이동국과 '고장난 진공 청소기'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김남일도 품어주고 싶다.

남아공에서 그들이 만든 한편의 드라마로 우린 행복했다. 그들이 전한 '행복 바이러스'에 전세계의 한인들이 기꺼이 감염됐고 웃었다. 6월의 열기는 식을 지 모르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올해 대표팀의 화두는 '즐기는(Fun) 축구'였다. '펀' 했다면 원망과 아쉬움은 '뻥' 날릴 수 있다. 이제 23인의 태극용사가 감염시킨 펀 바이러스를 삶에 일터에 뿌릴 때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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