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아주 작은 책
오문강
내게 찾아왔습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책이라서
책꽂이에 넣을 수도 없었지요
작은 모습으로 만난 것이
잊을 수 없는 인연이 될 줄이야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공기마냥 편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사랑이 아주 작지만
남루하지 않은
이 책처럼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매일 책장을 하나씩 만집니다
만질 때마다
꽃잎 한 잎씩 문을 열어주는군요
마음결이 성글어지면
무겁게 안으려던 것들
다 놓아 버릴 수 있다면서
연꽃같이 환한 빛깔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돋보기 끼고 작은 책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앉으려는데
여름이 눈흘기며 그냥 가네요
▷'현대문학' 시 등단
▷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역임
▷시집 '까치와 모국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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