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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타운을 바꾸는 커뮤니티의 힘

장연화/사회부문 부장

지난 2002년 9월. 한인타운 7가와 세라노에 새로 문을 연 피오피코-코리아타운 도서관은 1년의 보수공사를 통해 LA시에서 두번째로 큰 시립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 이름이 '피오피코-코리아타운'으로 바뀌면서 한인타운의 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특히 도서관 입구와 천장에 한국 전통문양을 넣은 디자인을 삽입해 한인 커뮤니티를 상징토록 했다.

당시 이 문양을 새겨넣기 위해 대부분 60대 이상의 1세 이민자들이었던 후원자들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후손들에게 남겨주겠다"는 일념을 갖고 1년이 넘게 공청회를 다니며 지루했던 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2006년 9월 12일. LA통합교육위원회가 2가와 옥스포드 불러바드에 신설된 초등학교의 이름을 '찰스 H. 김 초등학교'로 확정한 날이다. 한인타운에 세워지는 학교에 한국인 이름을 달자는 아이디어에 의기투합한 한인 1세와 1.5세 2세들의 노력 끝에 생긴 일이다. 미국에서 한인의 이름을 딴 학교가 탄생한 것은 아시아계로는 처음이라 다른 아시아 커뮤니티의 부러움을 샀었다.

명명된 '찰스 H. 김'의 본명은 김정진. 1914년 미국으로 건너와 LA한인회의 전신인 한인커뮤니티센터를 설립 상해임시정부 후원금을 모금해 전달하는 등 미주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후에는 농장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유학생들을 적극 지원하는 등 한인 사회의 교육 발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당시의 경험은 3년 뒤 6가와 샤토길에 세워진 중학교의 이름을 '김영옥 중학교'로 짓도록 커뮤니티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됐다. 결국 LA통합교육구는 지난 해 7월 14일 만장일치로 교명을 '김영옥 중학교'로 의결하며 커뮤니티의 힘을 인정했다.

지금 한인 커뮤니티는 그와 같은 관심과 행동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앰배서더 부지에 들어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은 한인타운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교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체육관 다목적실 등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공간이 조성 중이다. 그러나 이들 건물 내부 디자인에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디자인을 장식하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반면 라티노 커뮤니티는 건물 내부 디자인에 다인종 커뮤니티와 라틴 문화를 알리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등 통합교육구와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그들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건물 벽의 단순한 문양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는 문화홍보의 시대다. 한인 커뮤니티가 작고 사소한 디자인이라도 이를 도서관 담장과 천장 바닥을 홍보지 삼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좀 더 강하게 갖는다면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곧 개교하는 이 학교가 '누구나 다니고 싶고 보내고 싶어하는'학교로 만드는 것도 커뮤니티의 할 일이다. 이 학교는 알려진대로 총 6개 건물에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2개가 동시에 들어선다. 이들 학교가 모두 개교하면 총 재학생수만 3500여명에 이르게 된다.

교육구는 새 학교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하기 위해 UCLA와 USC 교육대와도 협력을 맺었다. 교육 수준은 커뮤니티의 수준이기도 하다. 한인타운에 위치한 학교가 우수하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한인 커뮤니티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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