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7일 아르헨전, 허정무 전략…한니발 꺾은 파비우스처럼
메시의 공격 템포 늦출 덫, 6개월 이상 준비한 카드
지연전술로 지치게 한 뒤 벼락같은 역습으로 승리
승부의 열쇠는 '마라도나의 현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달렸다. 허정무 감독은 6개월 이상 준비해 온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그는 "상대가 지공을 펼칠 수밖에 없도록 공격 템포를 늦출 덫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상대 공격의 속도를 늦춘다면 분명 한국에도 역습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허 감독은 코끼리를 몰고 알프스를 넘어 온 한니발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로마의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처럼 아르헨티나를 질식시킬 수비 전술을 꺼내 들었다.
▷1대 1 압박은 하지 마라= 허 감독은 알면서도 당하는 메시의 패스 원리를 잘 알고 있다. 수비수가 자신에게 접근하면 옆 동료에게 볼을 내준 뒤 수비수가 비운 자리로 들어가 볼을 다시 받는 2대1 패스다. 메시의 순간이동속도가 워낙 빨라 최고의 수비수들도 번번이 당한다.
24년 전 멕시코 월드컵 당시 한국 수비수들이 마라도나에게 당했던 똑같은 방식이다. 허 감독은 "24년 전에는 단지 수비 숫자만 늘려 우왕좌왕하다 당했지만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허 감독은 무모한 1대 1 압박 대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각을 좁혀 메시의 활동 반경을 최소화할 생각이다.
▷왼발을 꽁꽁 묶어라= 허 감독은 수비수들에게 메시의 왼발만을 막도록 지시했다. 메시가 오른발로 드리블하게 만들면 성공이다. 왼발을 잘 쓰는 메시가 오른발로 드리블하면 그곳에 1~2명의 덫을 놓아 볼을 빼앗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메시를 원천 봉쇄했던 발렌시아(스페인)와 지난 4월 바르셀로나를 꺾었던 인터 밀란(이탈리아)이 톡톡히 효과를 봤던 수비법이다. 허 감독은 "메시만 전담 마크한다고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없다. 팀 전체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공간을 내주지 마라= 지난 4월 경기에서 인터 밀란의 조제 모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 감독은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맞아 8명을 뒤로 물려 수비에 집중하게 했다. 8명이 2선으로 촘촘히 진을 치면 패스나 침투 공간이 사라진다. 스페인전 당시 한국이 4-2-3-1 시스템으로 미드필더를 두텁게 세운 뒤 역습을 노리던 패턴과 비슷하다. 패스 성공률과 경기 주도율은 바르셀로나가 앞섰지만 결국 승자는 인터 밀란이었다. 허 감독은 웅크리고 있다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승리를 노릴 생각이다.
프리토리아=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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