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고지대를 넘어라! '자블라니' 아르헨전서 차면 그리스전 때보다 9.7m 더 나간다
실험 통해 본 고도 차이
대청봉 꼭대기서 축구하는 셈…공 스피드 시속 6.6km 빨라져
크로스 낙하 지점 가늠 어려워…피로 회복 속도는 두 배 늦어
중앙일보는 체육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 2월 해발고도 1895m의 고지대인 중국 쿤밍과 해발 10m인 전남 광양을 오가며 고지대가 볼의 속도와 비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공은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사용했고 전남 하석주 코치와 노상래 코치가 실험자로 나섰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1753m로 쿤밍과 비슷한 고도다.
쿤밍에서 하 코치와 노 코치가 페널티 킥한 볼의 평균 속도는 시속 110.6㎞에 달했다. 반면 광양에서는 시속 103.8㎞로 떨어졌다. 시속 6.8㎞ 차이다. 같은 힘으로 차도 고지대에서의 페널티 킥이 저지대보다 0.02초 빨리 골 라인을 통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지대는 공기의 밀도가 저지대에 비해 낮다. 공기 저항이 약해져 볼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비거리는 10m 차이가 났다. 하 코치는 광양에서 평균 48.4m의 골킥을 날렸다. 반면 쿤밍에서는 평균 60.8m를 보냈다. 노 코치도 광양에서는 57.4m를 기록했지만 쿤밍에서는 65.0m를 기록했다. 이 역시 공기 밀도의 영향이다.
광양과 쿤밍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알아봤다. 단순 비례식으로 계산해 보니 속도는 시속 110.4㎞ 비거리는 62.6m가 나왔다. 평지보다 볼의 속도는 시속 6.6㎞ 빨라지고 거리는 9.7m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그리스전이 열린 포트엘리자베스는 해발 고도가 광양과 거의 같은 해안도시다.
비거리와 속도가 이처럼 달라지기 때문에 수비수와 골키퍼가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크로스의 낙하지점 포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도 패스의 거리와 강도 타이밍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지대에서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했던 이탈리아 국가대표 젠나로 가투소는 "예전에는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회복에 12초가 걸렸는데 여기서는 두 배가 걸린다"고 말했다. 고지대에서 열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당시 나이가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경기를 뛰고 나면 가슴에 묵직하게 통증이 와서 고생했다"고 회고했다.
루스텐버그=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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