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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Book] 잔혹하고 아름다운 100년 전 페르시아

아이를 낳다 죽어간 어린 소녀들의 묘지가 산을 이루던 100년 전 페르시아의 유대인 마을. 나지아는 '쿠치크 마다르(어린 엄마)'를 꿈꾸는 어린 소녀다.

부모를 잃고 숙모 미리암 하놈의 집에서 갖은 집안일을 해내며 혹사당하는 그녀는 "구멍에서는 피라곤 단 한 방울도 안 나오며 병든 병아리처럼 비쩍 마르고 납작하다"는 여편네들의 쑥덕임에 시달렸다. 나지아의 사촌 언니 플로라는 나지아와 비교하자면 팔자 좋은 소녀였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며 제때 생리를 시작해 결혼했으니.

그러나 떠돌이 사기꾼 옷감 장수였던 남편은 "돌아온다"는 헛된 약속만 남기고 결혼 두 달 만에 도망가버렸다. 그것도 절대로 씨를 뿌려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월식날' 플로라를 임신시켜놓은 채로 말이다. 지붕 위에 올라가 구슬픈 노래를 부르면 남편이 돌아오리라 믿는 한겨울에 수박이 먹고 싶다며 어깃장을 놓는 플로라 역시 철 없는 소녀에 불과하니 미워할 수 없다.

아들을 낳으면 "랄랄랄 호이. 호이. 호이"라는 기쁨의 환호가 딸을 낳으면 "후우……"하는 곡성이 온 마을로 퍼져나가던 그 곳. 플로라의 엄마인 미리암 하놈이 이러 저러한 불운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액막이 수단이란 밥을 먹고 나서 세 번 토해내기 닭의 눈을 뽑아 부적으로 달고 다니기 이웃에게 저주의 말 퍼붓기 따위다.



유일신을 믿는 유대인들이라지만 온갖 금기와 만신에 둘러싸인 모양이 우리네 옛 모습과 닮았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기엔 비극적인 삶이지만 그 시절엔 그 시절대로의 아름다움과 웃음이 있었음을 일깨우는 소설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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