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around 위기 딛고 선 기업들-12] "위기극복 밑바탕은 '할 수 있다'는 조직원의 믿음"
신문 꼼꼼히 읽고 정보 꿰뚫는 '정보 경영'이 위기 예방 특효약호시절엔 외부 정보에 둔감해져…전 임직원이 '정보 안테나' 돼야
관리 시스템 못 갖춘 중소기업, 50~60대 대기업 퇴직자 활용할 만
<참석자 명단>
▶박종원 동양철관 사장
▶심임수 일진디스플레이 사장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가나다순
혹시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심하게 앓았다. 도움의 손길도 별로 없었다. 이를 악물고 혼자 견뎌야 했다. 마침내 버텨냈다.
본지 '턴어라운드-위기 딛고 선 기업들'에 나간 기업들이 그랬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들 했지만 소중한 자산도 얻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과 위기를 예방하는 지혜다.
본지는 시리즈에 소개된 턴어라운드 기업 중 4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 이들이 생각하는 턴어라운드의 비결과 교훈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혹시 어디선가 위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지 전 임직원이 안테나를 곤두세우는 '정보경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조 사장(사회)= 요즘 기업들은 제품이든 서비스든 금방 새것을 내놓아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와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기업의 위기 요인이 도처에 널린 셈이다. 턴어라운드한 경험이 소중한 이유다.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궁금하다.
▶황철주 사장= 조직 내부의 믿음이다. 나는 직원이 잘못하면 심하게 야단도 친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직원)들이 사회에서 존경 받게 만들고 싶다는 게 나와 회사의 뜻이라는 걸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그걸 믿고 CEO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따라줬다. 그 덕에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심임수 사장= 공감한다. 지난해 3월 일진디스플레이에 와 보니 직원들에게서 '우리 회사는 잘될 수 있다'는 믿음이 보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적자에 허덕인 결과였다. 최대한 빨리 마인드를 바꾸는 게 필요했다. 마침 회사의 사업 분야인 LED와 터치스크린 시장이 쑥쑥 클 것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대규모 선투자를 하고 인력도 대거 채용했다. 이를 본 직원들은 "어 우리 회사 되나 보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박종원 사장= 위기 때 조직원은 다른 곳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다닐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회사 될 수 있다. 성장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그때부터 직원과 회사는 완전한 운명공동체가 된다.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기에 더욱 열심히 일하고 결국 기업도 턴어라운드하게 된다.
▶홍기정 사장= 모두투어는 매달 곳간을 철저히 열어 보이는 방법으로 믿음을 얻었다. "지금은 월급을 다 주지 못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경영을 해 회복된 뒤에 밀린 봉급을 전부 보상하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누가 그러더라. 곳간을 직원들에게 활짝 열어 보인 게 참 대단하다고. 그에게 반문했다. "사장이 혹시 딴 주머니 차지 않았을까 한 톨 의심도 하지 않은 직원들이 더 훌륭하지 않으냐"고.
▶이= 위기는 극복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CEO들에게 '정보경영'을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신문을 꼼꼼히 보라고 한다. 정보를 많이 얻어야 그 속에서 위기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 기업인으로서 위기 예방은 어떻게 하나.
▶황= 금융위기처럼 전체가 어려울 때는 오히려 위기가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나서서 위기관리를 해주니까. 문제는 잘나갈 때다. 아무래도 나태해진다. 내부에 문제가 생긴다. 이건 치명타다. 외부로부터 온 위기는 내부만 튼튼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내부가 잘못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가 잘될 때일수록 부단히 위기 점검을 해야 한다.
▶홍= 잘나갈 때는 아무래도 과투자를 하게 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시절이 좋을 때일수록 한번 더 따져보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재 확보도 그렇다. 회사가 상황이 좋으면 신입사원을 뽑을 때 문패가 번듯한 인재들이 많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럴 때도 문패보다 과연 회사에 헌신할 사람인가를 살펴보려 노력한다.
▶심= 호시절엔 아무래도 외부 정보를 수집하는 데 둔감해진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는 시대에 잠시만 한눈을 팔면 시장의 흐름을 놓친다. 항상 외부에 대한 센서를 가동해야 한다.
▶이= 어떤 은행은 행장 운전기사가 100억원 손실을 막아준 적이 있다. 친구인 거래처 사장의 기사로부터 우연히 "우리 회사 망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행장에게 보고해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전 임직원이 정보를 수집하는 안테나가 돼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황= 벤처기업은 또 다른 종류의 위기도 맞는다. 기업이 커가면서 꼭 필요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규모가 작을 때는 CEO가 이것저것 다 챙길 수 있지만 커지면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 제품이 히트해 기업이 커져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바람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벤처가 많다.
▶심=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가진 50~60대 대기업 퇴직 인력을 벤처나 중기에서 채용해 시스템을 만드는 데 활용하면 어떨까. 고령화 시대에 실버 세대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도 되고….
▶박= 사회 풍토가 중기의 성장을 가로막는 측면도 있다. 20년 30년 계속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은 중기가 한 번만 삐끗하면 얼른 채권을 회수하려고 든다. 위기를 이겨낼 역량을 갖췄는지 견뎌내면 더 튼튼한 기업이 될 것인지 등은 굳이 따져보려 하지 않는다. 미래를 봐주면 좋겠다.
'턴어라운드-위기 딛고 선 기업들' 실린 순서
1. 주성엔지니어링
2. 팬택
3. 대한생명
4. 모두투어
5. 리바트
6. 일진디스플레이
7. 현대미포조선
8. 화승그룹
9. 교보생명
10. 메디슨
11. 상보
12. 동양철관
정리=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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