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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조금만 더 하자

직장을 다니던 중, 서른이 넘어서 유학을 온 나에게 대학원 수업을 따라 잡고 시험을 준비하여 치르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전공 서적을 읽으면서 한숨을 쉬다보면 창밖이 밝아졌고, 시험 전날은 두통약을 먹을 정도로 긴장을 하곤 했다.

당시 나의 목표는 남들보다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만 더 하자’였다. 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한 외국인 학생이었던 내가 그들을 뛰어넘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남들과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노력을 더 하는데 애를 썼다.

미국의 문화와 사회를 몰랐던 나는 아무리 책을 읽고 신문을 보아도 내가 필요한 최선의 정보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무언가를 내가 놓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잠재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책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곤 했다.

그런데 하루 하루를 ‘조금만 더 하자’면서 공부했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학원생 약 200명 가운데 해마다 한명을 선발하여 수여하는 특별한 장학금의 수혜자로 내가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과 성적(GPA), 소논문(Paper), 봉사 활동의 기록을 종합하여 평가하는 선발 방식이었는데, 선정위원회의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선정 위원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나를 뽑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을 받게 된 나는 ‘조금만 더 하자’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에 스스로 놀랐다. 외국인 학생이 그 장학금을 받은 일은 내가 처음이었다. 나는 조금만 더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그렇게 또 경험했다.

조금만 더 하면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이다. 그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다. 특히 공부는 그렇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까운 곳에 경쟁력이 월등한 비즈니스가 생기면 지장을 받는다. 반면, 공부는 언제나 결과를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려준다.

나는 아들이 도대체 그 생각을 왜 안하는지 알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분명히 결과가 달라질텐데, 아들은 일상의 변화를 거부한다. ‘더’ 한다는 것은 변화인데, 변화를 거부한다. 자기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르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을 하는데는 시간을 쓰기 싫어 한다.

새벽이 되도록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도 시험을 위해서는 더 공부하지 않는다. 영화 음악을 대학에서 공부할 아들이 영화 보는 것을 막을 수없지만, 나는 아들이 자기 할 일, 즉 학과 성적의 향상을 위해서도 조금만 더 시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들의 고교 시절 내내 했다.

아들은 시험 기간에도 긴장하는 것 같지 않았고, 꼼꼼한 계획을 세워 공부하기보다는 마음 내키는 대로 공부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 성적은 비교적 무난했지만, 선생님이 자기 마음에 안들거나 수업이 지루하면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 해서 성적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심한 경우에는 학기 중간에 과목을 그만 두기(Drop)도 했다. SAT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긴장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으며, 시험을 위해 규칙적으로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안배하는 일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그런 아들에게 조금만 더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이독경(牛耳讀經)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들이 최소한의 자기 할 일들을 큰 탈 없이 하는 가운데 6월에 고교를 졸업하게 된 것은 순전히 초등학교 시절 몸에 밴 약간의 습관 덕이다. 숙제를 우선 한 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논다는 생각마저 없었다면, 아들은 아마도 더 어려운 일을 겪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여름부터 대학을 가는 아들이 ‘조금만 더 하자’는 생각을 갑자기 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또 아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들아, 조금만 더 하자.”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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